언젠가 한 번은 가봐야 할 섬..홍도 흑산도에 가다

권오균 2022. 5. 1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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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타고 배 타고 고단한 여정
홍도 유람선 타고 기암괴석 감상
선상에서 회 먹으면 피로가 싹
순교자도 철새도 찾은 흑산도
관광택시 타고 일주도로 돌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쏙
흑산도에서 홍도를 바라본 해질녘 풍경.
서울에서 제주도는 약 460㎞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으로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홍도나 흑산도는 350㎞ 정도 거리지만 훨씬 멀게만 느껴진다.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홍도와 흑산도는 차 또는 기차를 타고 목포로 이동해 다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긴 이동시간 때문에 울릉도와 함께 공항 건설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아직은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섬으로 향하는 뱃길은 제주도 비행편보다 험난할 뿐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쾌적해졌다. 그 옛날 조선 후기 흑산도에서 정조 임금에게 상소를 올리러 간 선비 김이수는 목포까지만 배 타고 보름을 가야 했다. 지금은 쾌속선을 타면 3~4시간이면 충분하다. 날씨가 궂거나 파도가 심하지 않다면 울렁거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 홍도를 내륙에서 즐기는 방법은 산책
설명하기 참 거시기한 홍도 거시기 바위.
용산역에서 목포역까지 KTX로 이동했다. 2시간40분 정도 걸린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여객선에 올라 도초도를 찍고, 흑산도(목포에서 약 2시간)를 거쳐 홍도(목포에서 약 2시간30분)에 입도했다. 이렇듯 홍도든 흑산도든 목포로 통한다. 그래서 목포시 소관 섬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홍도와 흑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소속이다. 그전에는 무안군에 속했다. 신안(新安)군은 새로운 무안(務安)이란 의미다.

목포를 통해서 갈 수밖에 없다 보니 목포 사람 40%는 어떻게든 신안과 관련이 있다고 신안군 섬사람들은 말한다. 예를 들자면 목포 사는 김 서방의 며느리가 신안군 출신이라든가, 목포의 중학교 동창이 신안군에서 왔다든가.

기왕 기차 타고 배 타고 온 김에 가장 먼 홍도부터 들렀다. 홍도는 1구와 2구 마을로 구분된다. 여객선이 닿는 1구 마을은 서울로 치면 강남이다. 해외여행 길이 열리기 직전 1980년대에는 스페인 이비사섬처럼 클럽이 밤마다 불야성을 이룬 듯했다. 남녀노소 청춘남녀들이 한데 어우러져 1구 마을을 잠들지 않는 항구로 만들었다. 요즘 말로 인싸들이 가는 핫플레이스였다. 그래서 '아버지 어머니를 홍도 여행 한 번 보내드리지 않은 자식은 불효자'라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2구 마을은 지붕 색깔이 알록달록하고 아담하고 조용하다. 흑산도와 함께 홍어잡이로 유명한 홍도였는데, 홍어잡이는 2구 마을이 담당해왔다. 현재는 2구 마을에 홍어잡이 배가 딱 한 척 남아 있다. 1구 마을에서 2구 마을로 넘어가려면 산책로를 통하거나 배를 다시 타야 한다. 산길은 소위 트레킹하기 좋은 길이다.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다. 키 낮은 홍송을 비롯해 황칠나무,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보리수나무, 맹감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홍도라는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이라는 사실에 쉬이 납득이 간다.

◆ 홍도는 밖에서 봐도 이쁘니 유람선에 오르자
홍도 거북이 모양 바위.
홍도는 안에서 거닐어도 좋은 작고 아기자기한 섬이다. 그렇지만 홍도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홍도 유람선 투어다. 홍도는 밖에서 봐도 예쁘기 때문이다. 유람선은 출렁이는 파도 위를 섰다가 갔다를 반복한다. 거친 물결이 몰아치면 흔들거리지만 그리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마이크 잡은 해설사 아저씨가 입담으로 멀미 기운이 몸으로 침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어느 섬에도 있는 거북이 바위로 기본 학습을 하다가 차마 적기 민망한 '거시기 바위' '머시기 바위'를 뒤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뻥 뚫린 동굴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배가 못 들어가는 '구녕'은 그냥 지나친다. 마지막엔 텔레비전 속 애국가 영상으로만 보았던 개선문 바위 앞으로 인도한다. 다시 1구 마을이 있는 홍도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작은 통통배가 다가온다.

선상에서 갓 잡은 팔딱팔딱 튀는 노래미나 광어를 즉석에서 손질하더니 유람선으로 건네준다. 소주 한잔에 회 한 점씩 곁들이면 풍경에 취하고 맛에 또 취한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남들 먹는 모습만 바라보고 싶지 않다면 유람선에는 현금 5만원권을 가져가시기 바란다.

◆ 유배지의 섬이자, 새들의 안식처 흑산도
흑산도에 있는 국내 유일 새조각 공원.
'홍도야 우리 마라(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는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서 홍도를 떠나 흑산도로 향했다. 홍도가 육지로부터 더욱 멀지만, 흑산도 역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유배 생활을 한 섬이다. 정약전의 처소와 학당이 있다. 이 밖에도 조선 말 천주교 신자 아녀자들이 유배를 와서 한데 무덤에 묻히기도 했다(현재는 흑산호텔 용지다). 그 영향으로 목포 다음으로 전남 지역에서 성당이 들어선 장소가 흑산도다.

그리고 조선 말 의병장으로 활약하다 대마도에서 일제의 식량을 거부하여 순국한 최익현도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의로운 이들뿐 아니라 철새도 흑산도를 자주 찾는다. 철새 330여 종이 거쳐 가는 중요한 거점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와 신안철새박물관이 흑산도에 자리한 이유다. 새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새 조각 공원도 박물관 앞에 2014년 문을 열었다.

흑산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유람선과 일주도로인데, 이번에는 도로를 선택했다. 9인승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운전대만 잡는 게 아니라 전망대와 등대, 흑산도 해변의 마을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준다. 일반적인 해설사와는 차별화를 꾀하는지 갑자기 난센스 퀴즈를 냈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자는 사람은?" 아무도 맞히지 못하자 답을 알려준다. 바로 '이미자'. '흑산도 아가씨'를 부른 가수 이미자는 노래를 발표한 지 5년이 지나 2012년에 흑산도를 찾아 콘서트를 열었다.

다음 퀴즈는 '흑산도에 없는 다섯 가지는?' 고난도 문제에 역시 합죽이가 돼버렸다. 답은 '논, 소금, 꽃, 꿀, 단풍'이다. 고된 섬 생활을 짐작하게 하는 퀴즈였다. 그렇지만 척박한 환경이 금세 부러움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도로를 타고 관람하는 흑산도 풍경 중에, 이를테면 한반도 모양 바위 같은 기이한 형상을 보노라니 절로 "우와"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심드렁한 척 해설사는 "울릉도에 가보니 섬은 다 똑같다고 느꼈다"며 "섬사람은 섬여행 가면 안 된다"고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육지 사람들에겐 배부를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울릉도나 흑산도나 모두 신비롭기 그지없는 섬이다. 홍도와 흑산도는 제주도보다는 가기 불편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육지로부터 유배된, 더욱 섬다운 섬이었다.

[홍도·흑산도(전남) = 권오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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