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자재 급등에도 하청업체들은 납품단가 못 올렸다
[경향신문]
계약서 조정 조항 없는 비율 높고 가격 인상 협의제도 존재도 몰라
42.4%가 인상분 반영 못해…공정위, 전담 대응팀 가동·직권 조사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하청업체 10곳 중 4곳은 납품단가를 올려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계약서에 납품단가 조정 조항이 없는 비율이 높았고, 하청업체가 가격 인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조정협의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수급 사업자 간 납품단가 조정실태에 대한 긴급점검 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공정위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로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중소기업 401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6일부터 한 달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 업체 중 42.4%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격 상승분이 전부 반영됐다고 답한 업체는 6.2%에 불과했다.
응답 업체 10곳 중 4곳은 원청과의 하도급 계약서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다고 표시된 조항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청업체는 공급 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 대금의 조정 요건과 방법을 하도급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계약서에 해당 조항이 없더라도 하청업체는 ‘조정협의제도’를 통해 하도급법에 따라 직접 원청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청하거나 조합을 통해 대행협상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응답 업체 절반 이상은 이 제도를 모르고 있었다.
공정위는 조정 신청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절반에 달하는 원청업체가 사실상 이를 무시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현장에서 납품단가가 신속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전담 대응팀을 가동키로 했다. 7월부터는 총 10만개 업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법 혐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 직권 조사도 실시한다. 박세민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원자재 가격 동향 및 납품단가 조정 실태에 관한 상시 모니터링을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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