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김은혜 후보, 1기 신도시 홀리는 '달콤한 유혹'..당선 뒤, 그 '약속' 지킬 수 있을까

류인하 기자 입력 2022. 5. 15. 22:20 수정 2022. 5. 1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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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규제완화·용적률 상향"..경기지사 후보 '김동연·김은혜의 부동산 공약'

[경향신문]

1기 신도시에 해당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5곳 용적률 200% 안팎으로 높아
수익 기대 힘든데 앞다퉈 “상향”
교통망 등 각종 인프라도 노후화
업계 “선거용 공약, 무책임” 지적
새 정부도 재정비 속도조절 전망

6·1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부동산 공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기지사 후보로 등록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경우 당명만 가리면 누구의 공약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두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의 핵심은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와 용적률 300%(역세권 500%) 상향이다.

■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현재 200% 안팎 수준으로 높다. 일산의 평균 용적률이 169%로 가장 낮고,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 수준이다.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으면 현행 용적률 상한에서는 재건축을 통한 분양 수익 등 사업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인식이다. 용적률이 200% 언저리에 있는 서울지역 아파트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김동연, 김은혜 후보는 모두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300%까지 높이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김동연 후보가 내세운 ‘1·3·5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 완화다.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구조적 제약을 해결하고, 안전진단 기준 등 각종 규제 완화로 사업기간을 단축시키는 한편 재건축·재개발 주거지 용적률을 300%까지 상향해 사업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부 지역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해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상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은혜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재건축에 집중된다. 김 후보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놓은 부동산 공약 1번 역시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신속 추진’이다. 용적률 300%(역세권 500%) 상향도 줄곧 언급해온 공약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경관과 안전을 고려한 디자인 특화단지에는 용적률을 10% 가산해 최고 높이 50층까지 허용하는 ‘디자인 인센티브’ 계획도 내놓았다. 두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재건축·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대폭 축소하고, 용적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도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건설업계도 촉각을 세우는 영역이다.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정비사업에 우선 안착하는 게 향후 1기 신도시 재건축사업 수주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판을 내놓는 이유는 ‘기반시설 구축’ 및 이주 배후지역 마련계획 등을 전제하지 않은 공약이라는 데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 500%가 아니라 700%라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조합이 지어달라는 대로 짓고 빠지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늘어나는 용적률을 적용하기에 앞서 각종 상하수도망, 교통망, 공원녹지, 복지시설 등에 대한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들에게 돌아간다. 상하수도 및 교통망 구축은 건설사 책임도 아니다”라며 “아파트 단지별로 요일을 정해놓고 물을 쓰라는 공문이 붙을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 건물만 높이면…인프라 대책은 있나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윤석열 후보 당선 이후 가장 집값이 많이 뛴 분당이나 일산은 재건축사업 첫 단계인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조차 없다”면서 “그런데 공약에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수용 가능 인원을 파악한 후 재건축을 추진하자’고 하면 안 뽑아줄 것 같으니 책임지지 못할 공약을 내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6·1 지방선거만을 위한 공약”이라고도 말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는 동안 1기 신도시를 받치고 있던 각종 인프라 역시 노후화됐다. 당초 예상한 인구수를 넘어서면서 상하수도 문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의 상습 교통체증 등은 이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분당은 1기 신도시 설계 당시 총 1963.9ha 면적에 9만7580가구를 건설, 2030년까지 총 39만320명 수용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3월 기준 분당의 총 가구 수 및 인구수는 각각 15만8342가구, 48만4318명으로 늘었다. 일산은 1573.6ha에 6만9000가구를 건설해 27만6000명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으나, 지난해 말 기준 일산 동구·서구의 총인구만 59만명을 넘어섰다. 분당과 일산의 인구만 합해도 1기 신도시가 설계될 당시 목표한 인구 117만명을 거의 채우는 셈이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용적률 300~500%를 적용한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기존 신도시 인프라로는 유입인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상수도 일일 공급량은 이미 수용량을 넘어선 상태다. 이에 따라 1인당 하루 총 495ℓ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계획한 분당은 2020년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379ℓ로 크게 줄어들었다. 일산은 441ℓ에서 440ℓ로, 평촌 411ℓ에서 349ℓ로, 중동 411ℓ에서 395ℓ로 각각 줄어들었다. 산본만 411ℓ에서 430ℓ로 늘었다.

한계치를 넘어선 서울 출퇴근 교통정체 해소방안 역시 두 후보 역시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10명이 살던 곳은 왕복 4차로면 충분하지만 50명이 살기 시작하면 기존 도로망으로는 전체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같다”면서 “기반도로는 그대로 놔두고 아파트 용적률만 올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통상 용적률을 손대기 전에 도로 및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을 먼저 건드려놓고, 그다음에 용적률을 만지는 게 도시계획의 기본인데 지금 1기 신도시는 완전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취임과 동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됐던 윤석열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은 두 유력 경기도지사 후보의 공약과 달리 다소 속도조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유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내부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기준 개정’ 이행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또 1기 신도시 재정비와 연계한 광역교통개선대책도 수립·보완하기로 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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