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빠진 10대 청소년..뉴욕주 슈퍼마켓서 무차별 총격
[경향신문]
10명 사망…흑인 희생 많아
방탄복 입고 매장 안팎 누벼
범행 생중계…용의자 체포
미국 뉴욕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14일(현지시간)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힌 10대 청소년의 무차별 총격으로 10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희생자 대다수는 흑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쯤 뉴욕주 북부 버펄로의 슈퍼마켓에 방탄복을 입은 군복 차림 백인 남성이 나타나 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흑인 11명과 백인 2명이 총에 맞았다. 총격이 벌어진 톱스프렌들리마켓은 버펄로 도심에서 5㎞ 떨어져 있으며 흑인이 주로 많이 사는 지역에 있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버펄로 남동쪽으로 320㎞ 떨어진 콘클린에 사는 백인 페이튼 젠드론(18)으로 밝혀졌다.
젠드론은 온라인 게임 플랫폼 트위치 계정으로 범행을 생중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위치 측은 성명을 내고 젠드론의 범행이 시작된 지 2분 이내에 중계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젠드론은 슈퍼마켓 밖에서 4명을 쏴 3명에게 치명상을 입힌 뒤 슈퍼마켓 안으로 들어갔다. 전직 경찰 출신인 슈퍼마켓 경비원이 쏜 총을 여러 발 맞았으나 총알이 방탄조끼를 뚫지 못했다. 젠드론은 경비원을 사살한 뒤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총격을 이어갔다.
이번 사건은 백인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젠드론이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사건 발생 직후 발견된 젠드론의 온라인 선언문에 따르면, 그가 이곳을 범행 장소로 삼은 것은 인근에서 흑인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180쪽 분량의 선언문에서 그는 미국인들이 유색인종들에 의해 교체되고 있으며 비유럽 출신들을 미국에서 모두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인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이슬람이나 유색인종에 의해 교체되고 있다는 것은 극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대표적인 음모론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젠드론은 51명이 사망한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이번 범행을 위해 탄약과 장비를 구매하고 사격 연습을 하는 등 수년간 준비해왔다.
젠드론은 이날 저녁 열린 법원 심리에서 1급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으며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존 가르시아 에리 카운티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선량한 이웃들의 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사람이 저지른 인종혐오 범죄”라고 밝혔다.
바이런 브라운 버펄로 시장은 “지역사회가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라면서 “피해자들의 가족과 우리 모두가 지금 느끼는 고통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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