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서 손 떼라"..미 전역서 '임신중단권 폐지' 반대 시위
[경향신문]
연방대법원, 파기 움직임에
LA 등 400곳 동시다발 진행
주최 측 “분노의 여름 될 것”
반세기 가까이 미국 여성들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해온 법적 근거가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미국 사회 전역이 들끓고 있다. 뉴욕과 시카고, 로스앤젤레스(LA) 등 주요 도시에서 첫 대규모 시위가 열리며 시민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미 연방대법원이 50여년 전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파기할 것이라는 전망에 분노한 임신중단권 지지자 수만명이 미 전역에서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이달 초 미국에서 임신중단권 폐지 논란이 불거진 이후 조직적으로 이뤄진 첫 대규모 집회로 뉴욕과 워싱턴, 애틀랜타, 오스틴 등 미 전역 400곳이 넘는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워싱턴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명이 “내 몸에서 손 떼라” “우린 돌아가지 않는다”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연방대법원까지 행진했고, LA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는 시위 참가자 수천명이 한낮의 열기 속에 시청과 국회의사당을 가득 메웠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참가자는 10대 청소년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했다. LA 집회에 참가한 34세 간호사는 “합법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폐지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다른 대안을 찾게 만들고 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64세 참가자는 “내 나이에 아직도 (임신중단 금지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분노했다.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임신중단 결정 권한은 각 주정부로 넘어간다. 미 언론은 50개주 중 최대 31곳에서 임신중단을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장기간 식비와 의료비, 교통비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경제적 취약계층과 이미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 이민자 및 소수 민족 여성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여성의 임신중단 권한을 보장하는 ‘여성의 건강 보호법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 대규모 시위를 시작으로 임신중단권 폐지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혐오적·인권차별적 발언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어온 ‘여성의행진’ 대표 레이철 카모나는 “이 나라의 여성들에겐 분노의 여름이 될 것”이라며 임신중단 권리가 법으로 성문화할 때까지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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