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도 친구가 넘어지면 일으켜 준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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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게는 솥뚜껑처럼 생긴 딱딱하고 납작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 껍데기의 모양이 투구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투구게는 절지동물의 일종이기 때문에 '게'가 아니라 '거미'에 가까운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단단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바닷속에서 사는 거미인 셈인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투구게는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 그 모습이 거의 달라지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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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게는 솥뚜껑처럼 생긴 딱딱하고 납작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 껍데기의 모양이 투구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 투구게는 절지동물의 일종이기 때문에 '게'가 아니라 '거미'에 가까운 동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단단한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바닷속에서 사는 거미인 셈인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투구게는 약 4억5,000만 년 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 그 모습이 거의 달라지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는 점이다.
쓸데없는 호기심이 많은 편인 나는 투구게가 조류에 휩쓸리거나 바위를 기어오르다가 넘어져 발라당 뒤집어지면 도저히 몸을 바로 세울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럴 땐 어떻게 하려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우연히 인터넷의 영상을 통해 그 오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영상 속에서 수족관의 수조에 담긴 투구게가 어쩌다가 뒤집어져서 한참을 아둥바둥거리고 있노라니 옆에서 다른 투구게 한 마리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사실 게나 문어처럼 집게나 촉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그저 납작한 껍데기를 느릿느릿 밀고 다닐 뿐이니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투구게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뒤집혀있는 친구의 아랫쪽을 파고 들어갔다가, 다시 반대쪽을 밀어 보는 노력을 한참 거듭한 끝에 수조의 벽으로 엉금엉금 밀어붙여서 간신히 친구의 몸을 뒤집어 바로 세워 줄 수 있었다.
처음엔 흥미로, 나중엔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보다가 친구를 구해주고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가는 투구게에게 마음 속으로 감탄을 보내노라니 문득 저 게는 무슨 생각으로 애써서 저런 일을 한 걸까 하는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나중에 자기도 혹시 뒤집히는 상황이 올지 모르니 그때를 대비해서 도움을 준 걸까? 아니아니, 거미나 지네에 가까운 하등생물이 그렇게 복잡하고 논리적인 생각을 했을 리 없잖아. 그저 본능이었겠지…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다른 개체가 힘들게 버둥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런 이해타산도 없이 무작정 돕고 봐야겠다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본능'이라면, 저 친구를 돕는 게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 나는 뭘 손해보나 따져보는 인간의 '이성'이 무슨 자랑할 만한 일이란 말인가. 어쩌면 저렇게 결함 많은 신체조건을 가진 투구게가 4억5,000만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견뎌올 수 있었던 힘은 그 부족함을 서로서로 메워주고 함께 살아가려하는 '본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을까? 다시 돌이켜보면, 과연 우리 인간은 저 투구게처럼 앞으로 다시 4억5,000만 년을 버티고 살아가게 해 줄 '함께 하려는 마음'을 제대로 지니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투구게는 다시 한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투구게의 피는 의료용 시약의 소중한 원료가 되는데 이걸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매년 40만~50만 마리의 투구게가 잡혀서 혈액의 30%를 뽑힌 후 바다로 돌려보내지는데 이 과정에서 적어도 30% 이상의 투구게가 죽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투구게의 멸종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투구게를 양식하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결국 코로나가 절정으로 치닫던 2020년 미국에서 양식에 성공했다. 앞으로 투구게가 대량으로 번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다른 생명체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도 보장받는 투구게의 살아가는 법은 이번에도 성공한 듯하다.
곽한영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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