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김군 신원' 논란 자초한 5·18조사위
[경향신문]
근거 든 검시보고서 ‘두부 타박’…김군 동료 “관자놀이 총상”
25일 종철씨 만났다는 가족 “조사위, 우리 얘기 안 듣고 결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계엄군의 즉결 처형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진 ‘무명 시민군’ 김군이 ‘5월24일 사망한 김종철’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씨 가족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망일과 다르다. 조사위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부실 조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위가 “ ‘김군’으로 알려진 무명 시민군은 5월24일 광주 남구 효덕초등학교 삼거리에 사살된 ‘63년생 자개공 김종철’”이라고 발표한 이후 김씨 유족·검시의사 등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1980년 5월24일 계엄군에 의해 사살된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시민군은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5·18 무명 시민군의 상징이 됐다. 조사위는 지난 12일 “영화에서 기관총을 붙잡고 있는 사진 속 ‘김군’은 현재 생존해 있는 차복환씨로 확인됐으며, 효덕초 인근에서 사망한 시민군 ‘김군’은 김종철씨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김종철’을 김군으로 확정한 근거 중 하나로 5·18 직후 광주지검에서 작성된 검시 결과보고서를 들고 있다. 검시조서에 김씨의 사망 일시와 장소가 ‘1980년 5월24일 효덕동’으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서에는 김씨 사인이 ‘두부 타박 및 기타 일부 자상에 의한 타박사’로 기록돼 있다.
김종철씨가 ‘김군’이 되려면 머리 총상으로 사망했어야 한다. 김군과 함께 활동했던 시민군 최진수씨는 1989년 국회 광주청문회부터 일관되게 “계엄군이 관자놀이에 총을 쐈다”고 진술하고 있다. 조사위도 이 부분에 대해 “계엄군 3명이 ‘(김씨가)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당시 사망 원인을 명확히 찾지 못해 검시조서에 ‘총상’이 기록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검시의사 A씨의 진술을 들었고 상처가 무엇에 의한 것인지 국방부 법의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최종 (총상으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검시조서는 있는 그대로 적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5·18 당시 사망한 시민 수십명을 검시했다. A씨는 지난 13일 통화에서 “조사위와 면담했지만 ‘김군을 찾고 있다’는 전체적인 내막을 듣지 못했다”면서“검시조서가 공적 문서인데 마음대로 적겠느냐”고 말했다.
김종철씨 가족들도 반발한다. 김씨의 가족들은 5·18유족회가 2005년 펴낸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에서 “아버지가 5월25일경 도청에서 종철을 만났다”고 증언해 왔다. 김씨의 동생 종현씨는 “가족들은 형님이 5월27일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사위에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유가족 이야기도 안 듣고 불분명한 증거로 자기들 임의대로 결론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5·18 연구자는 “조사위는 강제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기관인 만큼 객관적 근거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교차 검증을 통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야 한다”면서 “조사위가 아마추어 식으로 결과를 도출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18조사위는 “확신이 있어서 발표한 것이다. 의혹이 제기돼도 답변할 수 있다”면서 “최종 국가보고서에는 가족 등을 추가 면담해 기록에 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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