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위주 방역' 북한, 백신 못잖게 KF 마스크·검진장비 시급

허남설 기자 2022. 5. 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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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정은, 마스크 쓰고 조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양형섭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빈소를 찾아 애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도 덴털 마스크 착용”
PCR 등 검사장비 못 갖춘 듯
당장 피해 최소화 위해서는
일상적인 의약품·식량 등
‘기초 방역 수단’ 공급 필요

정부가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북한에 조만간 방역지원을 공식 제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료역량과 비개방적인 체제 특수성에 맞춘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신뿐만 아니라 당장 진단검사용 시약과 마스크 등 방역 기초수단도 필요해 보인다. 의약품 등 지원된 물자가 계층·지역마다 고르게 공급될지도 의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지원 물품은 코로나19 백신이다. 북한은 백신 접종 사실을 한 번도 공개한 적 없다. 지난해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중국산 백신 시노백을 배정했지만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도층 인사와 중국 등을 왕래하는 주민들이 접종했을 가능성을 고려해도 인구 2600만명 대비 접종률은 0%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유행이 시작된 시기를 ‘4월 말’이라고 밝힌 것으로 볼 때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 중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미접종에다 영양 상태도 부실해 면역력이 약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위험도가 결코 낮지 않다. 국내 누적 치명률은 0.13%인데 미접종자는 0.6%이다. 고령일수록 위험도가 급격히 커진다. 60세 이상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5~6%에 이른다. 북한에 서둘러 백신을 공급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시급한 게 백신 공급뿐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북한이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발열자)란 표현을 쓰는 데서 알 수 있듯 확진 판정에 필요한 유전자증폭(PCR) 등 검사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봉쇄 위주 방역을 실시하는 것도 다른 나라처럼 이른바 ‘3T(검사·추적·치료) 체계’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해외 방역정책을 연구하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열 외 다른 증상을 보이거나 증상이 없는 주민까지 고려하면 실제 감염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경제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서 백신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봉쇄를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당장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백신보다 진단검사와 치료제가 더 필요하며, 식량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봉쇄정책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확산을 일시적으로 누를 수는 있지만 중국에서 들여온 의약품을 살 수 있는 장마당(시장)까지 막는 부작용이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증상을 완화하는 데 다양한 약이 쓰인다. 백신과 치료제뿐만 아니라 해열제 등 일상적인 의약품도 함께 공급할 필요가 있다.

고밀도 마스크 또한 보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덴털 마스크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공기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에는 특히 무력하다. 일반 주민들은 주로 면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유행 이후 국민행동수칙의 착용 권고 마스크를 KF94로 한정했다.

북한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응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보건의료 전문가 등 인적 지원 필요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해외 유입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화상회의 등 비대면 교류를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원 이후에도 폐쇄적인 북한 사회 특성상 적절한 배분이 가능하냐는 문제가 남는다. 도로·철도 등 후진적인 기반시설 또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통일보건의료센터장을 지낸 이소희 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만약 지원 물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말 필요한 취약계층에도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백신 수송에 필요한 ‘콜드체인’(초저온 유통체계)과 이에 필요한 전력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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