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름·발암물질 오염' 용산기지 시민 개방, 서두를 일 아니다

입력 2022. 5. 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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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주한미군이 지난 1일 이촌역 쪽 용산기지 내 부지의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키로 한 용산 미군기지의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정화작업 없이 오염이 심한 곳은 아스팔트·잔디 등으로 지표면을 덮거나 펜스를 설치하고, 공원 체류시간을 제한하는 정도로 조치해 임시개방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대통령 집무실 주변 용산기지를 공원화해 연내 개방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경향신문이 환경부의 ‘용산기지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반환된 사우스포스트 부지 내 주한미군 숙소 부근의 토양·지하수 오염이 현행 법상의 공원 조성 가능(1지역) 기준치를 초과했다. 벤젠은 3.4배, 페놀류는 2.8배,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29배나 많았다고 한다. 이 숙소 부지는 정부가 오는 6월까지 미군에서 돌려받기로 한 사우스·메인 포스트 부지(54만8000㎡) 중에서도 학교·야구장 등과 함께 먼저 공원화·개방을 검토 중인 곳이다.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본 대통령실 앞 기지도 발암물질·기름으로 오염된 것이다. 토양·지하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으면 공기 중으로 방출된 위험물질이 인체에 흡입되거나 지속적으로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정화작업이 빠진 임시조치 후 연내 임시개방을 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시민 안전을 뒤로하고 개방부터 서두를 일인지 묻게 된다.

국방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정밀조사한 용산기지 내 북서쪽 ‘캠프 킴’의 지하 8~9m에서도 1급 발암물질 니켈이 고농도(토양 1㎏당 112㎎)로 검출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공공주택 3000여호를 짓기로 한 이 부지의 97%가 오염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나온 서울시 조사에선 사우스포스트 담장 밖 지하수에서 검출된 발암물질 벤젠이 기준치를 510배나 넘었다. 1990~2015년 사이 공개된 기름 유출 사고만 84건에 달한 미군기지 안쪽과 담장 밖 모두 심각한 기름·중금속 오염이 방치돼온 것이다.

2001년 한·미 양국이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조항을 신설했지만, 미군 측은 오염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반환 부지를 정화하고 난 후 비용을 청구할 계획이나, 미국은 이조차 거부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용산공원 조기 조성·개방이 미군기지 반환·오염 정화·비용 협의를 졸속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용산공원 조성 시점을 ‘기지 반환 후 7년’으로 판단한 것은 오염 정화의 지난함 때문이다. 정부는 시민 안전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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