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패배 내책임" 두달만에 "뽑아달라" 나선 진짜 이유

조현호 기자 2022. 5. 1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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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일꾼 선택' '윤석열 독선 조짐' '경기끝났는데 관중 안떠나'
방탄출마, 대장동 문제에 '적반무치' 반발
차기 대선주자 선점용, 정치적 승부? 여론은 글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과 송영길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지 두달 만에 다시 선거책임자와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섰다.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던 이들이 왜 다시 나타나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걸까.

3월10일 이재명 “대선패배 모든 책임 나에게” 송영길 “평당원으로 돌아가겠다”

이재명 선대위원장은 대선패배가 확정된 직후 지난 3월10일 오전 3시50분 당사로 나와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송영길 후보도 그날 오후 “당 대표로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송 후보는 “앞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이제 저는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의 발전과 5년 뒤로 미뤄진 제4기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어떠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송 후보는 대선을 불과 한달 여를 남기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을 무렵인 지난 1월25일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 저부터 내려놓겠다”며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 3개월 여 만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

왜 돌아왔나, 대선 패배 책임은? “이번선거 확실히 책임지겠다”

그러고 나서 이재명과 송영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서울시장 후보로 돌아왔다. 왜 돌아왔을까. 본인들은 △일꾼이 필요해서 △윤석열 정부가 독선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서 △결집된 지지자들이 흩어지지 않아서 등의 이유를 제시한다.

대선패배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했던 이재명 위원장은 지난 1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선거 출마의 변에서 “1인2역을 충실하게 잘하겠다”며 “책임을 확실하게 지겠다”고 밝혔다.

일꾼론, 윤정부 독선 조짐, 지지층의 결집

이재명 위원장은 '소는 누가 키우나'라는 일꾼론을 든다. 이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앙선대위에서 “지난 대선에서는 심판과 일꾼 중에서 심판을 선택한 것 같다”며 “이번 지선에서는 국민의 살림을 책임지는 유능한 일꾼이 필요하다. 전부 심판만 모두가 심판만 하면 소는 언제 키우냐, 이제는 소를 키울 때”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 위원장은 지난 12일 인천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중앙 국가권력은 국민의힘 정치세력이 감당하게 됐다”면서 “이미 독선의 조짐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하는 사람을 전면에 배치해서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더불어민주당이 최소한의 역할을 부여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이 나섰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저의 인천계양을 출마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준비된 후보들의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가장 컸다”며 “당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분명하고 우리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면 저의 정치적인 어려움이나 위험, 손익을 다 떠나야 한다고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인천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이재명TV 갈무리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 저희를 지지하고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많은 분들이 다시 결집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이재명의 재등판 이유를 두고 “저는 보다 책임지는 자세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기 몸을 던져서 한 명의 민주당 후보라도 당선시켜서 윤석열 정부의 일방 독주를 막는데 기여하는 것이 책임지는 자세”라며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모두 출마하는데 왜 이재명만 배재하느냐고도 했다. 좀 이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송 후보는 “우리가 대선에 크게 패배했다면 장기간 반성해야 되지만 0.73% (차이여서) … 뭔가 아쉬움이 크다”며 “경기가 끝났는데 군중이 흩어지지 않고 있다”고 비유했다.

방탄출마? 물총 공격, 적반무치론 반박, 대장동 개발환수 자평

무엇보다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위원장의 출마가 '법인카드', '대장동 의혹', '성남FC 특혜의혹' 등 본인을 겨냥한 수사에 대한 방탄용 국회입성(불체포 특권)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이에 이 위원장은 공세적으로 반박한다. 그는 지난 14일 인천 계양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주인 입장에서 머슴이 일 잘하면 됐지 옷이 좀 더럽던지, 도둑들한테 당해서 오물을 뒤집어썼던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도둑한테 맞아 부상 좀 당했다고 비난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위원장은 “빈총 겨누면서 겁준다고 헛소리하는 저 집단에게 굴복하면 되겠느냐”며 “물총으로 협박하면서 방탄 운운하는데, 대장동에서 돈 해먹은 집단이 누구냐”고 반박했다. 특히 국민의힘을 두고 이 위원장은 “자기들이 고발해놓고 피의자 됐다고 모르쇠 하는 것이 인간이냐”며 “이런 것을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이렇게 이름을 붙여줄까 싶다. '적반무치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FC 의혹을 두고 이 위원장은 “기업을 유치 하려면 기업에 땅값을 싸게 해준다든지, 돈도 지원한다든지, 혜택을 준다”며 “그러면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가 생기고, 지역이 발전하는데, 기업 유치를 공무원들이 안하려고 한다. 혜택을 주지 않으면 기업이 오냐. 혜택을 주지 않고 데려오는 것을 유치가 아니라 납치라고 한다. 이 유인하는 유인책을 가지고 혜택을 줬다고 비난하면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인천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위원장은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대장동에서 돈받은 사례, 부산 엘시티 사례, 공흥지구 민간에 인허가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민간개발 줄여서 공공개발하려 하고 시민들에 50~70% 이상 개발이익 환수한 것을 비난하면 되겠느냐”며 “언론인 여러분이 잘 가려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윤석열정부 주춤하는 사이 차기 대선주자 선점용?

이재명 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라는 정치적 자산을 내려놓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15일 '대선 뒤 80여일 만에…이재명 조기등판 세가지 이유' 분석기사에서 왜 이 위원장이 서둘러 복귀했는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과 장관 인사 등 실정으로 조기 복귀의 빌미 제공 △사법적으로 맞서기 위한 보호막 필요 △더불어민주당 내 지방선거 이후 당을 이끌 중심인물 부재를 꼽으면서 “이게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는 “대선 결과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민주당 열성 지지층의 불복 심리가 이재명 전 지사를 다급하게 소환한 것”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의 유일한 차기 대선 주자라는 정치적 자산을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안팎 반응…여론조사 당내 일각 이재명 등판에 비우호적

하지만 여론의 반응은 부정적 기류도 적잖이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이재명 위원장의 보궐선거 출마를 물어보자 '좋게 본다' 37%, '좋지 않게 본다' 48%, 의견 유보 15%였다.

당내일각에서도 일부 부정적 기류가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위원장과 송영길 후보의 출마를 두고 “대선에 책임진다고 한 사람(송 후보)이 저렇게 서울 출마를 결심했을까”라며 “(이 위원장의 출마는) 누가 봐도 좀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 아니냐. 어느 정도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행동을 하는 게 맞을 텐데”라고 지적했다. 유 전 총장은 “저쪽(윤석열 정부)이 저렇게 못하고 지지율이 저러니까 서로 못하기 경쟁하듯이 여기도 그런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3일 같은 방송에 나와 “이재명 후보가 총선 때 나오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면서도 “일단 자신이 지방선거에 책임지고 하겠다는 입장에서 출마했기 때문에 무조건 당선시켜야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내 반응에 이재명 위원장은 지난 12일 인천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갈등 있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저는 이견이 있는 것은 맞는데, 갈등까지는 아니다”라며 “당에는 원래 의견이 다른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논의를 통해 이견을 수렴하고 당이 결정하면 존중하고 따른다. 그런 것까지 넘어서 논란이 발생하면 갈등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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