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내해' 되는 발트해.. 러시아 더 궁지 몰렸다

김표향 2022. 5.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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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스웨덴, 나토 가입 추진 '급물살'
"부정적 입장" 터키도 "문 안 닫혀" 물러나
러시아, 우크라 '올인' 탓 군사적 여력 부족
"나토 정책 따라 대응".. 발언 수위 낮아져
마그달레나 안데르손(왼쪽) 스웨덴 총리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지난달 13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회담을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여부를 논의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이 급물살을 타면서 러시아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핀란드와 맞댄 국경선 길이(1,340㎞)만큼 나토와 대치하는 전선이 확장되는데도,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크게 잃어 나토를 저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탓이다. 러시아의 군사력이 예상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서방은 나토를 앞세워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ㆍ외교적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주 나토에 가입을 신청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핀란드 국민 76%가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만큼, 의회에서도 압도적 가결이 예상된다. 이날 스웨덴 집권당인 사회민주당도 지도부 회의를 열어 나토 가입 여부를 논의했다. 스웨덴 정부는 핀란드와 동시 가입을 위해 며칠 안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이로써 핀란드는 1948년 이후 74년 만에, 스웨덴은 1814년 이후 무려 200여 년 만에 군사적 비동맹 중립 노선을 철회하게 됐다.

앞서 터키는 자국 내 분리독립 세력인 쿠르드족에 포용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이유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해 어깃장을 놓기도 했으나, “문을 닫은 건 아니다”라며 대화 여지를 열어 뒀다. 미르체아 제오아너 나토 사무차장도 이날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터키가 제기한 우려는 곧 해소될 것”이라며 “우리는 의견일치를 위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두 나라를 환영하게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합류하면 나토 회원국은 32개로 늘어나고, 두 나라와 접한 발트해는 나토 회원국들로 둘러싸인 ‘내해’가 된다. 러시아의 유럽 진출로 가운데 하나인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가 봉쇄될 뿐 아니라, 발트 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도 완전히 고립된다. 러시아에는 막대한 경제적ㆍ군사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흑해 연안 소치에 위치한 영재아동교육센터를 방문해 센터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소치=AP 연합뉴스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며 “보복”을 경고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장에 병력과 장비를 모조리 쏟아부은 탓에 군사적 여력이 없다. 심지어 핀란드 국경을 지키던 군대 일부도 우크라이나로 파견된 상태다. 그나마도 석 달째 전투에서 고전하면서 지상 병력 3분의 1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군사력이 크게 약화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손발이 묶인 터라 나토에 맞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손에 쥔 무기가 에너지뿐인 러시아는 핀란드에 즉각 전력 수출을 중단했지만, 이 또한 영향이 미미했다. 핀란드의 러시아 수입 전력 비중이 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페카 토베리 전 핀란드 군사정보국장은 “러시아는 정치적ㆍ군사적ㆍ경제적 힘이 없어 핀란드에 더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러시아가 핀란드에 군대를 투입한다면 우크라이나에서 겪은 굴욕적인 패배를 또다시 맛보게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실제 핀란드군은 북유럽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1939년 소련과의 ‘겨울전쟁’으로 영토 10%를 빼앗기고 사상자 7만 명이 발생한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1990년대 중반 이후 동유럽 국가들이 국방 예산을 줄일 때도 꾸준히 국방력에 투자했고, 성인 30%에 해당하는 90만 명이 민방위에 소속돼 훈련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 64대도 구입했다.

안날레나 베어보크(왼쪽부터) 독일 외무장관과 미르체아 제오아너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차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등이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보복 위협이 먹혀들지 않자 러시아는 대응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 결정은 실수”라며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의례적 수준에서 경고했다. 니니스퇴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는 직접적이고 솔직했으며 양국 간 긴장을 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지만, 두 정상 모두 감정적 대립을 자제한 것이다. 알렉산드르 그루슈코 러시아 외무차관도 “러시아의 대응은 나토가 러시아 국경 인근에 군사 자원을 어느 정도 배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핵무기 전진 배치 위협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발언 내용이 한결 신중해졌다.

서방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욱 거세게 러시아를 몰아붙이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침공으로 변경하려 시도한 국경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러시아 엘리트층과 정부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 방안도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대표단도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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