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대치에 전운 감도는 국회..한동훈·정호영 '뇌관'(종합)
韓 인준 본회의 협상 공전..與 "신속히 열자" vs 野 "의원 총의 우선"
'대통령 초청' 국힘-민주 지도부 만찬 무산..여야 소통 '난항'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김서영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점점 고조되면서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끝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인준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여야는 인준을 위한 본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팽팽한 힘 싸움을 이어가는 양상이다.
핵심은 결국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정하느냐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한덕수 불가론'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지방선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분출하며 똑부러진 결론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국힘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인준압박…내부선 부결가능성 염두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탓에 새 정부 내각 구성에 차질이 빚어면서 자칫 국정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른바 '발목잡기 프레임'을 앞세워 인준을 압박하는 것이다.
양금희 원내대변인은 15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 표결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국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직무유기"라며 "총리 공백 사태, 직무유기 민주당의 책임있는 협치를 촉구한다"며 밝혔다.
이어 "이미 지난 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능력, 도덕성 등을 철저히 검증했다"며 "민주당이 협치의 정신을 발휘해 발목잡기를 멈추고 국무총리 인준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에서 "(민주당이) 매일 발목을 잡아서 원내대표인 제가 요새 밤잠을 잘 못 잔다"며 "국무총리 인준을 해주나 뭘 해주나"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도 이런 여론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 측의 셈법이다.
물론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같은 여론전에도 결국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새 정부로서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부결이 꼭 악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새어나오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에 이어 민주당의 일방 독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이 방해를 받는 구도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여권에 불리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野, 역풍 우려에도 '한덕수 불가론' 우세…"급할 것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이같은 여론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발목잡기' 프레임이 힘을 받으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MBN '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인준했으면 좋겠다"며 "(일단 인준해서 총리직을) 맡긴 후 나중에 책임을 묻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앞서 SNS에서 "책임을 물을 때 묻더라도 기회를 주는 게 정치 도리"라며 인준 표결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총리 후보자가 총리에 적격하지 않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것 역시 이같은 기류에 적잖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준 표결을 위한 본회의 일정 협의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내부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먼저"라며 좀처럼 속도를 내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빨리 일정을 잡으라는 국민의힘의 요구 자체가 '빨리 인준해달라'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일방적인 요구에 맞춰 성급하게 당론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6일 윤 대통령의 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에 앞서 의총을 소집한 상태여서 이 자리에서 인준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논의될지 주목된다.
다만 한 관계자는 "내일 의원총회에서도 한덕수 인준안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 하에 인준을 위한 본회의 날짜가 잡히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여야 모두 '연계론' 부인하지만…한동훈·정호영 '뇌관'
결국 여야 대치 국면의 향방을 가를 최대 뇌관은 한동훈 법무부·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이번 주 초 한동훈 법무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면서도 정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낙마 최우선 순위에 한동훈 후보자를 올렸던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 남은 3명의 후보자(한동훈·정호영·김현숙) 가운데 누구든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만 보류하고 시간을 끄는 배경에는 '한덕수 인준안' 연계 전략이 숨어 있다고 보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이것이야말로 특정 장관 후보자를 총리 인준의 거래 조건으로 삼아 야당을 떠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한덕수 인준' 여부를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연계하는 쪽은 민주당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의 본회의 표결 '지연 전략' 속에는 한동훈 후보자와 정 후보자 등의 지명을 철회하면 한덕수 후보자의 인준을 고려할 수 있지만, 둘의 임명을 강행하면 한덕수 후보자도 부결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공식적으로는 '연계설'에 거리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만 낙마시키는 선에서 '절충'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대통령실에서 정 후보자 임명 여부만 '보류'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동훈 후보자와 정 후보자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의중에 애초부터 차이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 후보자가 끝내 낙마한다면 총리 인준과 관련한 야당 기류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읽힌다.
그러나 야당의 사퇴 압박이 한·정 후보자뿐만 아니라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사실상 대통령비서실에 대거 등용된 검찰 출신 참모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정호영 후보자의 낙마 만으로 한덕수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물밑 접촉 등 소통을 통해 한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조율해야 하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비롯한 정국 현안을 논의하고자 시정연설을 하는 16일에 여야 지도부 초청 만찬을 제안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런 흐름이 계속될 경우 이번 주 내내 한 총리 후보자 인준안 문제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총리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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