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美中 경쟁, 기술혁신 협력이 한국의 해법

2022. 5. 15.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승주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술 경쟁이 첨예화될수록 한국이 직면할 딜레마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경제적 강압에 대한 반대와 시장으로서 중국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한국의 대응 전략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미중 기술 경쟁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든 한국과 같은 중견국 또는 약소국들이 경제적 강압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중 기술 경쟁이 아무리 격화되더라도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두 가지 전제는 한국이 미중 기술 경쟁에서 직면하게 되는 이익과 가치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데 필요하다.

반도체 분야의 동향에서 이익과 가치 사이의 균형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반도체 점유율은 2018년 24.7%에서 19.2%로 5.5%포인트 하락하였다. 반면, 대만과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4.4%포인트, 1.8%포인트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중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37.2% 증가하였는데, 대만과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각각 57.4%와 34.8% 증가하였다.

미중 기술 경쟁의 파고 속에서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들인 대만과 일본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높일 수 있었다. 2021년 미국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대중 수출 역시 증가하였다. 미국조차도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첨단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의 유지·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보면 정부의 전략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리쇼어링 및 기술 경쟁 전략에 협조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하는 데서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미중 기술 경쟁은 주요국들이 기술 주권을 추구하는 체제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 일본도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열에 동참하였다. 핵심 첨단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미중 기술 경쟁으로 인해 획기적으로 증가한 초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에서 정부가 2021년 12월 '10개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 대응하는 지렛대로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나, 개방성을 유지하는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기술 혁신이 닫힌 생태계가 아니라 열린 생태계에서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자립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개방성과 포용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대외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핵심 첨단기술 혁신 역량을 제고하고 공급망 내 허브 위치의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지렛대를 확보하는 한편, 개방성에 기초한 국제협력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대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으로서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미국은 혁신의 원천으로서 한국에게 중요하다. 최근까지 한미 협력은 주요 첨단산업에서 미국 내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한 생산 협력 방식으로 추진되어왔다.

향후 한미 협력은 생산 협력에서 기술 혁신을 위한 협력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미 협력을 평면적으로 확대하는 데 따른 미중 사이 선택의 딜레마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입체적인 협력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국 내 혁신 생태계의 재구성에 한국이 참여하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은 한미 관계를 신정부가 추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다는 의미도 있다.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78호에서 발췌.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