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北 심상찮은 코로나, 南이 내민 손길 화답하길

尹정부는 적극 나서고
北 자존심부터 접어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가방역체계를 '최대비상방역체계'로 이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1

북한의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찮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지난 13일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30만명에 육박하는 유열자(발열자)가 새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노동신문은 4월 말부터 5월 13일까지 총 52만여명의 유열자가 집계됐다고 전했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진단장비가 태부족한 북한은 확진자 대신 유열자라는 용어를 쓴다. 정확한 집계조차 못하고 있지만 가파른 확산세는 분명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 정부는 발 빠르게 대북 방역지원에 나설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코로나19 백신 등 의약품 지원 방침을 밝혔다. 통일부도 이에 따라 조만간 코로나19 방역지원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북측에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에 대해 우리 사회 일각의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아직 요청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하지만 우리는 국제사회의 북핵 제재와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방역지원의 손길을 먼저 내민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북한 당국은 최근까지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무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면서 폭발적 확산세를 시인했다. 북한 당국은 그간 코로나 제로라는 허상을 좇느라 코백스(COVAX·국제백신공동구입 프로젝트)의 백신 배정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앞으로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소지가 농후하다. 특히 방역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의 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북한이 새 변이의 진앙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북한 정권이 차제에 극단적 봉쇄로 코로나19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다. 그간 코로나 청정지역임을 선전해온 터라 외부 지원을 받아들이면 체면을 구긴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백신의 냉동보관 등 북한의 열악한 방역·보건 의료 설비를 감안할 때 지근거리인 남측의 도움이 최상의 조건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진단키트와 백신 모두 충분한 여유분을 확보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남측의 방역지원을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윈윈 하는 길이다. 북한 주민도 살리고 남북 관계의 선순환 물꼬도 트면서다. 그러지 않고 혹여 7차 핵실험 등 핵·미사일 고도화 전략에 차질을 빚을까봐 윤석열 정부가 내민 손길을 뿌리친다면 더 큰 곤경을 자초하는 일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