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용산 청사서 한·미 정상회담..'한국 역할론'· 3대 의제 논의

"韓·美, 北대응·경제안보·국제기여 의제로 포괄동맹 강화"
北 핵·미사일 고도화 제어 수단 확보
코로나 백신 등 인도적 지원도 논의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외교 협력에
국제 현안에 韓기여 부분 등도 조율
대통령실 "韓·美동맹 수준 상향 의지"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AP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열리는 역대 최단기에 성사된 정상회담인 만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복원을 위한 양국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 모두 문재인정부 5년 동안 ‘동맹 분열’이 심각했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은 이날 새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대응 전략 △경제안보 중심 양국 협력 방안 △국제 현안에 대한 한국의 기여 방안 등 3대 의제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아시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5일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양국 대응 전략과 상황 관리 방안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경제안보를 중심으로 공급망, 신흥기술 등 양국 협력 방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제 현안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기여할지, 양국 간 조율할 부분이 있으면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두 대통령이 신뢰 관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한·미 동맹을 원궤도에 복귀시키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한·미 동맹을 포괄적인 전략 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비전을 공유하고 실질적 목표를 설정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풍계리 핵실함장 일대 위성사진 (암스컨트롤웡크). 뉴스1

◆美, 북핵·중국 대응 위한 ‘한국과 협력 확대’ 모색

우선 한·미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을 억지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시험 발사하고 7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대통령실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으로 인한 정세 불안을 불식시키고 연합방위 태세를 재건하려 한다”고 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반도(한반도)에 조성된 문제는 핵시험과 미사일시험도 제일 많이 하고 남조선에 각종 전쟁 장비들도 계속 팔아먹고 있는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 조치를 걸고 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미 적대정책을 내세웠다. 이어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하든 그 누구도 다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 국방력 강화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윤석열정부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공동 이익에 기반한 동아시아 외교 전개’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만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협의체)와 협력 및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협의체를 자국 견제용이라고 보는 중국의 반발 가능성과 대일 감정이 좋지 않은 국내 여론이 주된 변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바이든 행정부엔 중국 견제가 최우선 사안”이라며 “우리나라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대응 방안이 의제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 모두 대북 인도적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경제안보 협력 강화… 포괄적 동맹 관계로 확대

한·미 양국은 안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등 경제외교 분야의 협력 강화에도 나설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동맹 의미는 원래 안보 동맹인데, 포괄 동맹은 요즘 시대에 맞게 국제 상황 변화에 따라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심화해나가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은 모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공식방문으로 보면 된다”며 “용산 시대가 개막한 후 처음 맞는 공식 외빈”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공식방문은 국빈방문보다는 낮지만, 실무방문보다는 높은 의전 등급에 해당한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오는 6월 답방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일부 관측에 대해선 “6월에 방미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방한 해 21일 윤 대통령과 회담한 뒤 22일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현미·김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