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루나 사태' 직시해 '가상자산 산업 육성' 신중해야

한겨레 입력 2022. 5. 15. 18:36 수정 2022. 5. 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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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지난 6일 10만원대에 거래되던 가상화폐 '루나'가 일주일 사이에 급락해 13일 1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내 코인(가상화폐) 발행 허용, '대체 불가능 토큰'(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 일정 규모 이하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등 '가상자산 시장 육성' 공약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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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폭락으로 전세계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13일 비트코인이 9개월여 만에 4천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지난 6일 10만원대에 거래되던 가상화폐 ‘루나’가 일주일 사이에 급락해 13일 1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루나는 미국 달러와 1 대 1로 교환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설계된 ‘테라’의 가치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행한 자매화폐다. 국내외 거래소들은 거래자들의 신뢰를 잃은 테라와 루나를 잇따라 퇴출하고 있다.

루나의 폭락은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한때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섰던 가상화폐가 순식간에 한갓 디지털 파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20만명 이상이 루나를 보유하고 있다가 손실을 보았다. 지금의 가상자산 시장에선 비슷한 일이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내 코인(가상화폐) 발행 허용, ‘대체 불가능 토큰’(NFT) 활성화를 통한 신개념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 일정 규모 이하 가상자산 투자 수익에 대한 비과세 등 ‘가상자산 시장 육성’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 육성은 자칫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상화폐를 활용해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있다. 애플의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씨가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하고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이유다. 그런데 국내에서 코인 발행을 허용한다고 해서 이번 일과 같은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겠는가.

테라는 연 20%의 이자를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았고, 루나의 발행량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테라의 가치를 조절했다. 그런 시스템이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사기)와 같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런 지적의 타당성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거래참여자들이 거액의 손실을 보고 난 뒤이곤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가상화폐의 결제 혁신 잠재력은 여전히 가능성으로 거론될 뿐, 쓸모가 구체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 그렇다고 민간의 투자와 거래를 막을 수는 없는 까닭에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쪽에 더욱 속도를 내야 마땅하다. 투자자 보호엔 속수무책이면서, 정부가 나서서 ‘산업 육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르고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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