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일본 본토 반환 50주년, 더 멀어진 평화의 섬

박은하 기자 입력 2022. 5. 15. 18:33 수정 2022. 5. 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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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본 오키나와의 후텐마 기지. 위키피디아


오키나와현이 15일 일본 본토에 복귀한 지 50주년을 맞았다. 2차 세계대전 격전지였고 패전 이후 미국 점령지였던 오니카와는 여전히 ‘기지의 섬’으로 남아 있다. 기존 미군기지 폐쇄와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채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대만위기가 불거지면서 군사적 요충지로서의 성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본토 복귀 50주년을 맞은 오키나와 곳곳에서는 미군기지 문제와 본토와의 소득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왔다.

오키나와현에서는 이날 본토 복귀 5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현과 정부가 공유한 ‘오키나와를 평화의 섬으로 한다’는 목표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기지 부담 경감에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이례적으로 일왕이 참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오키나와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있다”며 은 “젊은 세대를 포함해 널리 국민의 오키나와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과제’는 미군 기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일왕의 오키나와 복귀식 참석은 1972년(히로히토 일왕), 1992년(아키히토 일왕)에 이어 세번째이며 ‘과제’를 언급한 것은 나루히토 일왕이 처음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 국토면적의 0.6%의 오키나와에는 현재도 주일미군 전용시설면적의 70%가 집중돼 있다. 일본 본토에서는 같은 기간 미군 기지 반환이 이뤄져왔으나, 오키나와는 1972년 반환 당시(58.7%)보다 미군 시설 면적이 오히려 늘어났다.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미군 기지로는 미 공군의 해외 기지로는 가장 큰 규모인 가데나 공군기지, 미 해병대 주둔지인 캠프 한센과 후텐마 비행장 등이 있다.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주민 피해가 큰 후텐마 기지 이전은 미일 양국 정부가 1996년 합의한 사항이지만, 일본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섬 밖으로 이전하는 대신 섬의 헤노코만을 매립해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군뿐 아니라 일본 자위대 시설도 최근 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자위대 시설면적이 20% 증가했다. 중국의 군비확장 및 대만 침공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오키나와 남쪽 난세이제도 곳곳에 자위대 부대가 배치되고 있어서다. 2년 전에는 육상 자위대의 미사일 부대가 섬에 들어서 700명 가량이 주둔하고 있으며 유도탄, 박격포 등 각종 무기 반입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시민단체가 “오키나와가 다시 전장이 되는 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난세이제도를 미군의 공격 거점으로 삼지 말라고 호소했다. 나리타 지히로 리쓰메이칸대 전문연구원은 신간 <오키나와 반환과 동아시아 냉전체제>에서 “오키나와 미군기지 존속은 냉전 체제의 산물”이었다며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은 오늘날에도 계속돼 오키나와 미군 기지 유지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류큐 왕국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에 합병당한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 유일하게 상륙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섬 전체가 격전지가 돼 주민들의 고통이 컸다. 패전 기색이 짙어지자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천황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라며 이른바 ‘옥쇄’(명예로운 자결)를 강요하기도 했다. 오키나와에서 나온 사망자 20만명 가운데 12만명이 섬 주민이었다.

오키나와가 일본 전체의 안보를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인식은 일본 전역에서 공유되고 있으나, 미군기지의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온도 차이가 있다. NHK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주민 84%, 전국 79%가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 집중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본의 안전을 위해 주일미군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오키나와인의 62%가 공감한 반면, 전국적으로는 80%가 공감했다. 오키나와 주민 19%, 전국 14%는 ‘필요없다’고 응답했다. ‘오히려 위험하다’는 응답은 오키나와에서는 17%였으나 전국에서는 5%에 그쳤다.

오키나와현이 요구하는 것은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본토 수준으로 줄여달라는 것이다. 기지로 인해 경제활동도 제한받고 있어 오키나와현은 일본 내 47개 도도부현(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소득이 가장 낮아 1인당 평균 소득이 전국 평균의 약 70%에 불과하다.

이날 나하시에서는 시민단체가 주최한 평회행진 집회가 열려 시민들 1000여명이 참여했다. 우에하라 구니오 오키나와 평화운동센터 공동대표는 “복귀 50년이 지났지만 기지에서 파생되는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 기지의 부담 경감을 호소해 왔지만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기지가 없는 오키나와, 평화로운 일본, 전쟁이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힘을 다하는 것을 맹세한다’는 선언문이 채택됐다. 오키나와시에서 참가한 한 30대 여성은 “기지의 불안도 없고, 즐겁게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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