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인은 한국에 활력 더할 인재풀"

이진한 2022. 5. 1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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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훈 해외입양인연대 이사장
해외 입양 한인 12명이 설립해
모국 정착 위한 프로그램 제공
'입양의날'에 대통령표창 받아
"해외 입양 나쁘다는 이분법적
시선 버리고 아동권익 살펴야"
해외입양인연대(G.O.A.'L.)는 성인이 돼 모국으로 돌아온 12명의 해외 입양 한인들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다른 해외 입양인들을 돕기 위해 1998년에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단체는 친생 가족 찾기와 국적 회복, 해외 입양인들의 국내 취업을 위한 F-4 비자 발급 및 한국어 교육 등 모국 정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 입양 한인 가운데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추방당한 입양인을 돕는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단체는 이 같은 활동에 힘입어 지난 11일 '제17회 입양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로부터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유재훈 해외입양인연대 이사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해외 입양인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아직 '평생 외국에 살면서 친부모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시혜 대상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의 생활은 그러나 몇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친생 가족 찾기 등을 문의하는 입양인이 많다는 점도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물색하고자 도움을 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재무부 공무원으로 일하던 1987년 스웨덴에서 해외 입양인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역 세미나에서 해외 입양인을 만나며 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인지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인의 모습을 했지만 스웨덴 사람의 정체성을 가진 입양인을 보고 해외 입양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에서 일했던 2007년께 그는 미국에서 생활하며 시민단체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했다고 한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해외입양인연대의 자문위원이 됐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회계감사국장을 지낸 뒤인 2020년부터 현재까지 단체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단체에서 한국 사회와의 소통을 맡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20만명으로 추정되는 해외 입양인들의 다양한 수요 파악과 지원 정책은 입양인을 중심으로 한 사무국이 총괄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행정적 업무는 국내 상황에 밝은 비입양인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에서 전담한다는 설명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으로 돌아온 해외 입양인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소통의 장벽을 꼽았다. 그는 "해외 입양인 중 국적을 회복하고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 영구 거주하는 대신 성장한 나라로 돌아간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진 지난 2년간은 이들의 일자리가 주로 학원과 요식업 분야 계약직이었다는 점에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더해져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생활고를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1989년 노르웨이로 입양돼 2010년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릭 하게네스 해외입양인연대 사무총장도 "한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관계와 소통"이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해외 입양이 아동의 권익 보호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헤이그 협약'이 대표적이다. 현재 104개국이 가입한 이 협약은 인신매매 방지 등 해외 입양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제 입양 절차·요건을 규정하기 위해 1993년 헤이그국제사법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한국은 유엔아동권리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3년 협약에 가입했지만 입양특례법 등이 협약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비준을 받지 못했다. 앞서 입양특례법 개정안과 국제입양법 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 이사장은 "해외 입양은 나쁘고 국내 입양은 좋다는 이분법적 시선부터 경계해야 한다"며 "해외 입양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닥친 한국 사회에 활력을 더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풀이기도 하다. 창업을 포함한 해외 입양인의 다양한 경제적 활동이 국내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등 미래지향적인 해외 입양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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