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적폐 프레임이 문제..'기업의 긍정 역할' 교육과정 마련을"

김지희 기자 2022. 5.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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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
<3>기업가정신 훼손하는 반기업 정서-서경 펠로·전문가 분석
정치권·정부 '기업 때리기'식 규제 늘수록 반감 커져
'이윤 → 고용 → 삶의 질 향상' 긍정적 부분은 평가절하
학교선 자본주의 교육 강화..기업들도 불공정 없애야
[서울경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동시에 홈그라운드인 국내에서조차 ‘기업은 적폐’라는 왜곡된 인식에 발목이 잡혀 기를 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치권이 기업의 부담을 높이는 규제를 쏟아내며 기업을 향한 사회적 반감을 부추기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치권이 양산하는 ‘대기업=적폐’ 프레임을 근절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왜곡된 기업관을 인식시키게 되고 이는 기업가 정신 상실로 이어지는 것이다.

15일 서울경제 펠로(자문단)들은 “우리나라는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의 활동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강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과도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요인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반기업 정서는 기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족과 정치권의 반기업 규제 등 다양한 요인이 얽힌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문단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대기업 쏠림 현상을 비롯해 일부 재벌의 불공정 행위, 올바른 기업관 형성을 위한 교육 미비, 민주화 세력에 기울어진 정치권력 등을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지 못하는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제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과거 기업인을 경시하는 사농공상(士農工商)식 사고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의 역할과 기업가의 정당한 보상인 이윤의 개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의 불법이 전체 기업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특히 관료 및 정치집단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사농공상 의식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 반기업 정서의 해소를 더디게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와 달리 한국의 반기업 정서는 ‘반(反)대기업 정서’라는 지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을 바라볼 때 양극화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부자와 가난한 자로 인식하고 대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부터 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 교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기업이 존속할 수 없고 이윤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본주의 등 경제 교육을 강화해 인식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유와창의교육원을 운영하듯 경제 단체들도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일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과거 잘못된 관행과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경제 단체들이 기업들의 변화와 기업들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공동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입’은 반감을 부추기는 요소다. 홍 교수는 “정치권에서 ‘재벌 세습’ ‘경제인들이 국민을 옥죈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는 게 기업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반기업 정서를 만드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특히 정부가 ‘기업 때리기’식 규제를 늘릴수록 기업의 이윤은 부당하게 얻은 결과물이라는 잘못된 인식에 힘이 실린다는 주장이다. 안 교수는 “정부는 반기업 정서가 반영된 정책이나 규제를 완화해야 혁신이 활발해지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며 “반기업적인 정책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향한 시선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며 “조세나 상속 제도 등 과거에 마련돼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는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는 주체로서 기업이 스스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과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등 1세대 창업주들은 정부에 대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며 소신을 밝혀왔다”며 “새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경제의 주역인 기업인들이 할 말은 해야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기업가 정신은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과 혁신에 나서는 것인데 이는 규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사업 운영에 대해 규정한 제도들은 지속적으로 개편하고 나아가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도 기업가 정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희 기자 ways@sedaily.com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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