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타격 노골화 와중에 코로나.. 北 '대동란'에 빗장 열리나

송민섭 2022. 5.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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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도발 놓고 한·미와 대립 속
섣부른 유화 움직임 어려울 듯
방역·의료체계 등 열악한 상황
김정은 국제제안 전격수용 분석도
"중국이 많은 것 제공할 수 있어"
 
북한 평양 소재 김만유병원 리룡수 과장이 15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을 때의 치료 약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원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코로나19 유행을 인정하기 전 ‘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보건제도’를 공언해 왔고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적대국들’의 지원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제로(0)인 데다 치료제로 버드나무잎을 장려하는 북한의 열악한 방역·의료체계를 감안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격적으로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5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의 표현대로 ‘건국 이래 대동란(大動亂)’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까지 20여일간 82만여명의 유열자(발열환자)가 발생한 데다 사망자도 12일 6명, 13일 27명, 14일 42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대부분의 경우 과학적인 치료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물과다 복용을 비롯한 과실로 인해 인명피해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과학적인 치료방법을 알고 있거나 효과적인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진 않아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날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집에서 자체로 몸을 돌보는 방법’ 기사에서 “열이 나면 해열제를 먹고 숨이 차면 창문을 열어 방안을 서늘하게 하라”며 “이렇게 버티다 4주가 지나도 몸 상태가 나쁘고 기침하다 피를 토하는 등의 경우에 의사와 병원을 찾으라”고 권고했다. 매일 수십만명의 발열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소 4주의 자가치료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경증환자들에게 금은화나 버드나무잎, 우황청심환 등을 물에 타 먹는 민간요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4일 평양 노동당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며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아예 없고, 변변한 의약품과 효과적인 방역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세계 ‘유이’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국인 북한은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 코백스(COVAX)가 올해 배정한 아스트라제네카 12만8800회분과 중국산 시노백 약 300만회분도 인수를 거부했다. “가정에서 준비한 상비약품들을 본부 당위원회에 바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필두로 당 중앙위원회 등 지도층이 여유약품 기부에 나설 정도다. 그럼에도 북한은 “현 상황은 지역간 통제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상황”이라며 “강한 조직력과 통제력을 유지하고 방역투쟁을 강화해 나간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코로나19 지원 제안에 대한 북한의 수용 여부에 국내외 전문가들 의견은 갈린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당중앙위 제8기 제8차 정치국회의 및 코로나 확산 상황 분석’ 보고서에서 “한·미의 북핵공조 등에 대응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북한이 선뜻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면서 정세를 유화적으로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중국의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한 만큼 중국을 통한 우회지원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오웬 밀러 영국 런던대 교수(한국학)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중국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백신 접종만이 북한의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을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 베일러의대의 백신 전문가인 피터 호테즈는 “백신을 도입하고 신속히 접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세계는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지만 문제는 그들이 도움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즉답을 하지 않더라도 계속해 지원·협력 의사를 타진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이 대북통지문에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며 “답변이 오더라도 ‘거부’일지, ‘고맙지만 괜찮다’일지 지켜본 뒤 조심스럽게 대응해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섭·김범수·이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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