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사랑으로 갚는 스승의 은혜.. 외대 3대째 이어진 장학금 기부

박양수 2022. 5. 15. 18: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런 게 내리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자신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제자를 스승도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장학금 기부로 이어졌고, 제자인 김동훈 교수와 '손자 제자'인 자신에게도 계승된 것이라고 김봉철 교수는 생각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봉철 외대 국제학부 교수
故 김동훈 법학과 교수 회상
"이런게 내리사랑 아닌가요"
올 3월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한 김봉철(맨 왼쪽) 교수와 송예진(왼쪽 두번째) 학생. <한국외대 제공>
2004년 당시 김동훈(왼쪽 3번째) 교수와 그의 제자 김봉철 교수의 모습. <김봉철 교수 제공>

"이런 게 내리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자신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제자를 스승도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며, 매 학기 수백만 원씩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 김봉철(46)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그는 스승의 날인 15일 고(故) 김동훈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66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동훈 교수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0년에 걸쳐 6540만원을 학교에 기탁했다.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2007년 이후에도 제자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김봉철 교수는 "김 교수님이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2007년 이후에도 제자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며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거나 제자들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한 적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김봉철 교수는 "교수님의 도움에 힘입어 사회로 진출하거나 공부를 한 분들이 많았다. 닮고 싶은 선배이자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제가 런던에 유학 갔을 때도 '어려움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시며 달러 지폐를 돌돌 말아 넣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동훈 교수는 제자인 김 교수에게 "내게 잘하려 하지 말고 너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잘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런 스승을 보며, 김 교수는 "이런 게 내리사랑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 선행은 또 한 명의 스승에게서 비롯됐다. 김봉철 교수의 '할아버지 교수님'이자 김동훈 교수의 스승인 이균성(81) 한국외대 명예교수다.

이 명예교수는 1984년부터 2007년까지 법학을 가르쳤고, 재직 당시 총 1780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이 명예교수는 "말로만 '모교와 제자를 위한다'고 해선 안 되고 실제적인 희생이 있어야 한다"면서 "시골에서 온 학생들이 등록금을 못 내 휴학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 돌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은 교육 서비스를 팔고, 학생은 서비스를 받는 것처럼 세속적으로 돼버려 큰일"이라며, 사제 간의 정서가 삭막해진 작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이 명예교수는 "초중고 교육이 오로지 대학 진학 시험을 위한 것으로 됐기 때문에 대학에선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며 "인간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철학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장학금 기부로 이어졌고, 제자인 김동훈 교수와 '손자 제자'인 자신에게도 계승된 것이라고 김봉철 교수는 생각했다.

김봉철 교수는 "선생은 제자가 미래를 꿈꾸고 따뜻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며 "장학금을 전달하는 것도 그것을 위한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학생들도 자신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다시 물려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나를 보며 '저 사람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가르침의 끝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