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등 최저임금 감당 못해".. "차등 두려면 임금 더 줘야" [17일 尹정부 첫 최저임금 심의]

노사, 업종별 차등적용 '기싸움'
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321만
업종간 편차 최대 53% 벌어져
노동계, 올 '1만원 이상' 압박
자영업자들과의 갈등 불가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세는 당초 취지가 무색할 만큼 부작용도 컸다. 업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급격하고 일괄적인 인상으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율이 지난해 역대 두번째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34년 만에 '업종별 차등 적용'이 실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사업 종류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경영계의 오랜 주장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최저임금 미만율의 업종 간 편차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어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숙박·음식업 등 최저임금 감당 못해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시급 8720원)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50%p 이상 벌어졌다. 농림어업(54.8%), 숙박·음식업(40.2%)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매우 높게 난 반면 정보통신업의 미만율은 1.9%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업종 간 편차가 최대 52.9%p까지 났다. 이는 통계청의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우리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321만5000명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15.3%를 기록했다. 이러한 미만자 수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최근 20년 새 가장 낮은 1.5%였음에도 불구하고, 2001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미만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났다.

한 경영계 전문가는 "이는 누적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우리 노동시장, 특히 일부 업종과 규모에서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최저임금 안정이 중요하고 또한 업종에 따라 격차가 심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하는 업종이 다르다고 삶에 필요한 생활비가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차등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임금을 떨어뜨려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시행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시행이 돼서도 안된다"며 "차등을 두고 싶다면 임금을 더 줘야 할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주면 된다"고 말했다.

업종별 차등 지급을 합의한 이후에야 노사 양측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내놓게 된다. 노사는 최초안 격차를 줄여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차등 지급은 지난 1988년 이후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고 그만큼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방증해주는 대목"이라며 "소모적인 기싸움보다 인상률 결정에 보다 치열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또 한번 긴장

윤석열 정부의 첫 최저임금인 만큼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인상률'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전년(8720원)에 비해 5.0% 인상됐다.

문재인 정부 첫해 6470원이었던 최저시급은 올해 9160원으로 5년 만에 2700원 가까이 올랐다. 경영계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 코로나19 장기화 영향 등으로 동결을 주장할 전망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등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1만원 이상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급격한 매출 감소를 온몸으로 버텨오다 이제야 완만한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또다시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식당업에 종사하는 A씨는 "지난 2년간 대학생 아들·딸 등 가족의 도움으로 식당을 겨우겨우 유지해왔다"며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데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버리면 또 한번 위기가 닥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