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코인' 전쟁..루나 몰락에 USDC로 몰려

최근도 2022. 5. 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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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 루나 재상장했지만
권도형 대표 "루나 실패 인정"
스테이블코인 시장 지각변동
"안전한 달러 기반 코인 사자"
USDC 시총 65조원 역대최고
가상화폐 '루나'가 일주일 만에 99.999921% 폭락하며 사실상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루나의 빈자리를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파고드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달러를 기반으로 한 'USDC' 같은 코인 유통량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상장폐지 하루 만에 루나를 재상장한 뒤 400% 상승하기도 했지만, 루나는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루나·테라의 창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14일 루나의 실패를 완전히 인정하면서 새로운 코인을 내놓자고 제안하는 등 기존 스테이블 코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를 말한다. 달러나 유로화 등 법정 화폐와 1대1로 가치가 고정돼 있는데 '1코인=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다. 루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테라(UST)와 테더(USDT), USDC 등이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 사태로 USDC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15일 코인업계에 따르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USDC의 시가총액은 65조32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6일 61조940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5.4% 이상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테라의 시가총액은 23조7000억원에서 5200억원으로 98% 가까이 폭락했다.

USDC 시가총액이 급증한 것은 '안전한 담보(달러)를 가진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루나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무너지자 많은 투자자가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USDC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 7일 테라폼랩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테라의 유동성을 확 줄였다. 그사이 누군가 테라를 시장에 대량 매도하면서 이번 위기가 촉발됐다는 것이 업계 진단이다. 유동성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시적인 대량 매도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 것이다. 가격 유지가 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루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졌고 가격 급락세가 이어졌다.

이번 사태에서 USDC가 주목받은 것은 테더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보다 투명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루나가 무너지기 전까지 스테이블 코인 순위는 1위 테더, 2위 USDC, 3위 테라였다. 테더는 루나가 공격받은 바로 다음 날 매도 공격을 받았다. 테더 또한 최근 일주일 새 시가총액이 105조5800억원에서 74조1800억원으로 30%나 감소했다.

테더는 루나와 달리 실물자산인 달러 담보 스테이블 코인이기에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테더는 이전부터 불투명한 예치금 운영 구조로 미국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잡음이 계속되어 불안감이 여전하다.

반면 USDC는 미국의 서클이라는 회사가 발행한다. 서클은 골드만삭스, 피델리티, 블랙록 등 유수의 미국 금융회사에서 투자를 받은 핀테크 기업이다. 게다가 USDC는 미국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코인이다. 불안에 떠는 투자자들이 USDC로 몰린 배경이다. 업계는 스테이블 코인 자체가 몰락하기보다는 미국이 주도하는 규제 속에서 이른바 '말 잘 듣는' 스테이블 코인이 살아남는 흐름이 생겨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와 관련 부처에 따르면 가상자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루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루나 한국 투자자가 최소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테라 플랫폼에 자료를 요구하거나 검사·감독할 권한이 없고 직접적인 조치도 할 수 없다. 테라폼랩스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데다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 외엔 가상화폐 관련 기업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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