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편승해 규제·징벌 법안 남발..기업투자 脫한국 '악순환'
<3>기업가정신 훼손하는 반기업 정서-왜곡된 기업관 교정 절실
"기업인은 '악' 인식 만연"..韓 기업가정신 20위권밖
투자·창업 의지 꺾으며 산업 생태계 활력 떨어뜨려
"경제강국 도약 위해 규제 해소하고 '친기업' 조성을"
“지난 5년간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반감을 전제로 수많은 규제 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에 가입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안이나 사고가 나면 원인 불문 기업인을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대표적입니다.
15일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중견기업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 퍼진 ‘반기업 정서’가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기업인도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를 기업과 기업인의 책임으로만 몰아가거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에 떠넘기는 행태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깎아 먹는 행위”라고 토로했다. 중견기업 대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주최하는 회의나 세미나에 가보면 목소리 큰 노동계나 시민단체는 ‘선’이고 기업인은 이윤만 추구하는 ‘악’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며 “이를 토대로 규제가 만들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이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라는 게 전문가와 기업인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반기업 정서에 기댄 규제 양산이 산업 생태계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기업가 정신의 저하로 이어져 혁신과 창업 의지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 경제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월 민간 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3.6%는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답했으며 76.5%는 반기업 정서가 ‘이전보다 심화됐거나 유사하다’고 답했다. 글로벌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반기업 정서가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반기업 정서는 기업가 정신 저하로 연결된다. 실제 전경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의 기업활력·제도환경·기업인식 등을 종합해 기업가정신지수를 산출한 결과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27위로 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보다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글로벌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도 한국의 기업가 정신 순위를 21위에 올렸다.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18위)보다도 후순위다. 반면 스위스(2위), 네덜란드(8위), 이스라엘(12위) 등 강소국들은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스위스·네덜란드·이스라엘·대만 등 글로벌 강소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나라의 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고 기업가 정신이 높다는 점”이라며 “기업을 존중하고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나라는 우수한 인재들이 공직보다 민간 기업 취직이나 창업을 선호하고 이는 혁신으로 이어져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다”고 했다.
반기업 정서로 인한 기업가 정신의 저하는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외국인 투자 유출 대비 유입은 베트남은 25.4배, 영국은 4.6배, 미국은 2.3배인 반면 한국은 0.4배로 저조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과 높은 세금 등 반기업 정서에 기댄 규제 법안들이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 의욕까지 꺾어버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과 미국 등에 생산 공장을 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기업 설립과 투자 회수, 노사 관계 등에서 미국은 물론 사회주의국가인 중국도 우리만큼 규제 강도가 높지 않다”며 “이러니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기업 정서에 기대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의 표퓰리즘 △일부 기업의 불법적 행위를 전체 기업의 행태인 양 확대 해석하는 경향 △기업과 기업인의 이윤은 부당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 △사농공상 의식 등이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만연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계에서는 정부와 기업·경제단체가 힘을 모아 반기업 정서 해소와 기업가 정신 고취에 나서고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가 정신 고취가 혁신 기업의 성장과 첨단 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면 이는 기술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국제 관계에서도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면 정치권도 국민 정서에 기대 규제를 늘리는 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혁신과 창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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