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률적 구속기간, 현실과 괴리".. 법원 '6개월 제한' 수정 검토

박미영 2022. 5. 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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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법정책硏 개선 조사 착수
오남용 막으려 구속기간 짧게 운영
최근 금융범죄 등 사건 복잡해져
구속기간 내 재판 끝내기 어려워
코로나 변수에 고의지연 '꼼수'도
"시대 변화 감안해 기간 늘려야"
인권침해 등 우려에 성사 미지수
"검수완박 영향 등 종합논의 필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법원이 1심 재판에서 최대 6개월인 피의자 구속기간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사실상 구속기간 연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라임, 옵티머스 사태 등 피해가 크거나 복잡한 대형 사건들이 늘어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재판 지연으로 현행 구속기간 안에 재판을 끝내기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인한 형사사법체계의 변화도 구속기간 연장 검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올해 초 2022년도 연구 과제로 ‘구속기간에 관한 연구’를 선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는 대법원장에게 보고돼 사법제도 개선의 밑바탕이 된다.

현행법상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은 10일이며, 검찰은 한 차례 연장을 허가받으면 최장 20일까지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법원이 재판을 위해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은 1심에서 6개월, 2심과 3심에서 각각 4개월부터 6개월까지 등 최장 1년6개월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학계 등을 중심으로 재판 중 구속기간 설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라임, 옵티머스 등 대규모 금융사기 범죄나 대장동 사건처럼 관련자가 많고 자금 흐름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건의 난도별로 소요되는 (재판)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 모든 사건에 일률적으로 구속기간을 정해 놓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는 “과거 공안사건 등에서 구속을 오남용했던 반성적 고려에서 현재 구속기간이 6개월로 짧게 운용되고 있지만 시대의 변화도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어려운 사건도 늘고 있지만 살인이나 성폭력 등 도주 우려나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사건들조차 6개월 제한 때문에 풀어 줘야 하고 이 때문에 재판 진행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도 많다”고 토로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재판 당사자나 변호인, 검사, 판사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재판 기일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 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 등으로 접견이 미뤄지고 변호인이 청사를 방문해 사건 기록을 열람·복사하는 것마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재판은 열리지 못한 채 차일피일 시간만 흘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구속기간 만료를 노린 변호인들의 ‘꼼수 재판 지연’도 구속기간 연장 필요성의 근거로 거론된다.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로 대장동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 구성원이 바뀌면서 앞서 진행된 증언 녹취 파일을 다시 듣는 방식으로 공판 절차를 갱신하기로 하자 ‘꼼수 재판 지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부장판사는 “조서나 진술 중심의 증거가 개선이 안 된 상황에서 공판중심주의를 활성화하면서 재판 과정에서 불필요한 증인이나 증거 신청이 들어와도 판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재판이 늘어지고 있다”며 “특히 법에는 위배되지 않지만 피고인이 구속기간 만료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해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충실한 심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구속기간 연장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구속기간 연장에 따른 인권침해 가능성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문제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선진 형사사법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부분이 짧은 구속기간”이라며 “하지만 검수완박으로 재판 절차가 더 지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행 구속기간의 문제점 개선 방안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불구속 재판 원칙이 확립되는 방안이 종합적으로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정해진 구속기간 내에 재판을 끝내기 어려운 상황들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 차원에서 법원 내부 제안으로 시작됐다”며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이나 연구의 방향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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