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빅네임'이 지배하는 6·1 지방선거

2022. 5. 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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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전국지방동시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광역단체장, 시·도 교육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비례대표광역의원, 비례대표기초의원 등 유권자들은 모두 7표를 행사하게 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뽑다 보니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출마자 정도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는 '깜깜이 선거'로 변질되었다. 올해엔 이재명, 안철수 등 대선주자들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선거관심도 전이되고 있다. 유력정치인 이른바 '빅네임'이 선거판을 주도하면서 지역주민들이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취지가 엷어졌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송영길 민주당 후보는 인천시장 출신이다. 그는 인천 계양을에서 4번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평소 인천발전을 외쳐왔던 그가 서울로 옮겨 출마한 이유에 대해서 다들 궁금해 하는 상황이다. 송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고 학생운동을 할 때에는 서대문구치소에 있었다"며 서울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 정치엘리트의 타 지역 출마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이 스스로 통치하자는 취지에서 국가로부터 독립된 자치권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는 국민자치를 지방적 범위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므로 지방시정(施政)에 직접적인 관심과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스스로 다스리게 한다면 자연히 민주주의가 육성·발전될 수 있다는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를 그 이념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시 진행되는 인천 계양을, 경기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지방선거 취지를 흐리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지난달 말 국회의원을 사퇴하자,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체급을 낮춰 해당지역에 출마했다. 이들은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주소지를 옮기기도 했다. 이들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다음 차기 대선을 도모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을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후보의 출마에 언론의 주목이 쏠리는 만큼 동시지방선거 자체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도 낮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동시선거는 형평의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매년 1회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35조). 다만 동시선거 특례조항(203조)으로 선거의 실시사유가 선거일 30일전까지 확정된 경우 동시 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 30일전에 국회의원을 사직했으므로 이번 선거를 통해 30~40일 만에 뽑게 된 것. 반면 지난 12일 대법원에 의해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 전북 전주을 지역은 내년 4월까지 지역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지 못한다. 동시선거로 인해 공석인 국회의원 보궐선거 시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교육감선거는 난센스에 가깝다. 17개 시·도 교육감은 57만명 교직원의 인사와 82조원의 교육예산을 사용하지만, 유권자들의 이들 선거에 관심은 매우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정당추천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보들은 스스로 보수-진보로 정치색을 밝히고 있는데다, 파란색 및 빨간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치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정당추천 후보가 없다보니 TV토론 초청 대상자를 여론조사결과로만 결정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빅네임이 여론조사결과 5% 이상의 지지를 얻어 초반 선거기세를 장악하게 된다. 현직 교육감과 정치인 출신 후보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또 보수-진보 진영 내 단일화 여부가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후보들은 정책개발보다는 단일화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시도하면서 금품을 건네거나 공직 자리를 약속하는 짬짜미도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줍줍'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줍줍은 원래 게임에서 버려진 아이템을 반복해서 줍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아파트 은행대출 한도를 대폭 낮추면서 청약 당첨 후 포기가 늘어나면서 그 물량을 현금부자들이 주워 담는다는 뜻이 됐다. 겉으론 풀뿌리 민주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론 지역 정치인보다 국회의원, 장관, 현직 교육감 등 유력인들이 쉽게 공직에 당선되는 것, 이 역시 구조적인 줍줍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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