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서 '北코로나' 다뤄질까..대북 메시지 주목(종합)
대통령실, 회담 의제 포함 여부에 "이르지 않나" 신중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인도적 위기로 번질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 문제가 오는 21일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다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제어할 수단 확보와 한미동맹의 억제력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억제력 강화뿐 아니라 북한의 인도적 상황과 대응 방안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 대북 인도적 지원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 발생을 인정한 다음 날인 지난 13일 북한 주민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의약품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남북 간 방역 협력에 대해 "강력히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가 미국이 기부한 화이자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화이자 백신을 '통 크게'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미국 측에 물밑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진바 있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역시 상견례 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발생에 우려를 밝히고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계속 협의하자는 의견을 나눴다.
현재 북한은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추정되는 신규 발열자는 12일 1만8천명, 13일 17만4천440명, 14일 29만6천180명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사실상 '0%'인 주민 백신 접종률, 부실한 의료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자칫 대규모 인도적 재난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이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상황 전개인 만큼 정상회담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될 공산이 크다.
두 정상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보내면서 북한 상황에 대한 우려, 인도적 지원 의향 등을 피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5일 "구체적 내용보다는 (한미 정상의) 포괄적 의사 정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인도적 문제를 거론하고 지원 의사를 밝히는 것이 향후 정세를 운용하고 관리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관건은 북한이 한미의 지원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느냐다.
북한은 외부 물자 유입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지금도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한미의 손짓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북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이 정상회담 의제가 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이 백신과 의약품 지원 방침을 세웠고,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그런 얘기를 하기는 좀 이르지 않나 싶다"고 비교적 조심스럽게 답했다.
정부는 일단 대북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논의할 실무접촉을 조만간 남북채널을 통해 북한에 제안할 방침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보면서 한미도 이후 대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실무접촉 제의는 미국과의 사전 교감을 토대로 이뤄진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에 관련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코로나19 위기가 한미 정부의 북핵 접근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는 한미가 방역, 식수, 위생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고리로 대화의 문을 여는 방안을 모색했었다. 인도적 지원을 지렛대 삼아 북핵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려고 한 것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인도적 협력과 군사 안보 측면의 문제는 별개라는 것에 초점"(다른 대통령실 관계자)을 맞추겠다며 북핵 문제는 별개의 의제로 접근하겠다는 기조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7차 핵실험 등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한다면 한미 정상이 적극적으로 지원 메시지를 보내기가 어려운 환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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