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70% "중대재해법 대응 어렵다".. 재계, 법 개정 호소

송기영 기자 2022. 5. 1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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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100일을 넘긴 시점에서 여전히 현장의 혼란과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호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월 3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중처법 전국 순회설명회에 참석한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고 15일 밝혔다. 중처법 대응을 위한 조치 여부에는 응답 기업의 63.8%가 아직 조치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기업은 14.5%,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였다.

중처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조치했다는 응답 비율은 28.5%에 그쳤다. 조치했다고 답한 기업의 세부 조치사항(복수 응답)을 보면 ‘안전문화 강화’가 8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영진 안전경영 선포’(55.5%), ‘보호장비 확충’(53.5%), ‘전문기관 컨설팅’(43.3%) 등 순이었다.

또 기업의 80.2%는 중처법 시행으로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6%에 그쳤다. ‘기타·무응답’은 1.2%였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른 입법 보완이 필요한 사항 및 정부에 바라는 정책 과제 그래프./대한상의 제공

전체 응답 기업 중 안전보건 업무 전담 인력을 두고 있는 기업은 31.6%였다. 규모별로 대기업(300인 이상)의 경우 86.7%가 전담 인력을 두고 있지만, 중기업(50∼299인)과 소기업(5∼49인)의 경우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는 기업이 각각 35.8%, 14.4%에 불과했다. 대기업의 경우 88.6%가 전담부서를 두고 있으나 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중기업과 소기업의 비율은 각각 54.6%, 26.0%에 그쳤다.

기업들은 중처법에서 보완이 시급한 규정(복수 응답)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71.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근로자 법적 준수 의무 부과’(44.5%),’안전보건 확보 의무 구체화’(37.1%),’원청 책임 범위 등 규정 명확화’(34.9%) 순이었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법이 불명확해 기업이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명확한 의무내용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한 경영책임자를 면책하는 등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6일 관계 부처에 6개 항목의 중처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경총은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매우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법이 심도 있는 논의과정 없이 성급히 제정돼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만큼 시급히 보완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며 “법률 개정은 일정 부분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당장의 현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우선 건의하게 됐다”고 했다.

경총은 우선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 취지에 맞지 않는 경미한 질병도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고, 또 중대시민재해 질병자 규정(3개월 이상 치료 필요)과의 정합성 고려 시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구체적인 중증도(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게 경총의 입장이다.

경총은 ‘중대산업재해 사망자 범위 설정’도 건의할 예정이다. 경총은 “인과관계 명확성, 사업주 예방 가능성, 피해의 심각성 등을 충족하지 못하는 뇌심혈관계질환 사망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도록 시행령에 관련 조문을 신설하고 사망자의 범위를 시행령 ‘별표1′에 따른 급성중독 질병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총은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화하는 관련 조문 신설도 건의하기로 했다. 특히 경영 책임자에 적합한 자가 선임돼 있으면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이행 책임이 면해지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조항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경총은 밝혔다. 시행령 4조의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든지 ‘충실히·충실하게 수행’ 등은 의미가 모호하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경총은 또 법률만으로는 도급, 용역, 위탁 시의 책임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행령에 제3자 종사자에 대한 책임 범위를 신설하고, 그 범위를 사업목적 수행과 관련성이 있는 도급 등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무 범위 불명확으로 인한 현장 혼란과 감독기관의 자의적 법 집행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 내의 ‘관계 법령’과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를 산업안전보건법·광산안전법·원자력안전법·항공안전법·선박안전법 등으로 한정해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경총은 건의했다.

경총은 이밖에 중대재해 발생만으로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보건교육 수강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 제재라며 시행령에 교육 수강 대상 조문을 신설할 것과 교육 시간을 20시간에서 6시간으로 축소할 것 등을 건의서에 포함시켰다.

경총 관계자는 “법률상 위임 근거가 많이 부족해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완 입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하며, 산업계의 애로사항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법률 개정 건의서도 이른 시일 내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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