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슬기로운 간병팁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2022. 5. 1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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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중증 코로나 병동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간 입원 환자의 20%가 사망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려도 마음의 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 대부분은 무증상이거나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증상으로 지나간다. 치명률은 약 0.13%로 낮지만, 아직도 하루 300명 안팎의 환자가 위중증으로 넘어간다. 가족 중 누군가가 코로나 위중증 환자가 돼 생사를 넘나들면 남은 가족은 풍비박산이 된다. 어딘가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생기고 있는 일이다.

인후통, 기침, 발열, 콧물 등은 코로나 감염 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중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가래와 기침이 계속 증가하며 전신 쇠약이 생긴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이와 기저질환이 많을수록 집에 혈압기와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구비해두는 것을 권한다. 혈압을 쟀을 때 수축기 혈압이 90㎜Hg 이하로 낮고, 산소포화도 측정기로 측정한 산소가 95%보다 낮다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보다 더 떨어지면 병원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중증 병동의 입원생활은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힘든 일이다. 환자와 보호자 모두 얼마 동안 격리를 해야 하는지,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 지금 환자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한다. 인력이 부족한 코로나 병동 특성상 잦은 면담이 어려워 상세한 설명을 듣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병원에서 연락을 받으면 전화면담을 하고 응급상황 시 연락할 수 있는 주 보호자와 추가 보호자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 환자가 과거에 특이 시술을 받았거나 의료진이 꼭 알아야 할 자가약 정보가 있다면 전달하는 것이 좋다. 산소 치료를 받아 화장실에 걸어갈 수 없는 상태이거나 환자 상태 자체가 중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면 필수적으로 기저귀, 물티슈, 휴지가 필요하다. 입는 팬티형 기저귀보다는 찍찍이(벨크로)로 채울 수 있는 기저귀가 좋다. 여기에 치약, 칫솔, 생수, 휴대폰 충전기, (남자 환자는) 일회용 면도기가 입원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전부다.

코로나 '중증 환자'는 최장 20일까지 격리할 수 있다. 현재는 20일까지 격리하는 환자가 드물고 대부분 일주일 선에서 격리를 해제하려고 한다. 격리 해제 후 중환자실 또는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되는데 이때 보호자가 원하면 잠깐 이동하는 시간에 환자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가 있다. 환자의 상태가 좋지 못할 때 보호자가 병원에 요청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환자 상태 악화 시 직계 보호자 중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심보호구를 착용하고 환자 병실 문 앞까지 가서 면회를 할 수 있다. 둘째, 환자 병실로 통화를 원한다고 간호사실에 요청할 수 있다. 청각이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 있는 감각이기에 상황이 허락한다면 보호자의 음성이 환자의 마지막 길에 함께할 수 있다. 셋째는 유품에 관련된 것이다. 감염병 지침에 따라 환자가 소지한 물건 대부분을 버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족에게 돌려줄 수 있는 유품은 표면 소독이 가능한 신분증, 휴대폰, 지갑, 반지 등이 전부였다.

코로나 감염 등급이 법정 1급에서 2급으로 하향되며 현재는 보호자가 원하면 소지품을 2차 밀봉해 돌려주고 있다. 고인의 유가족에 대한 윤리와 바이러스 대응 사이에서 무엇이 더 우선인지를 항상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간호사로서 선택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무엇이 더 우선인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을 내릴 수 없다. 코로나로 잃기엔 너무 아까운 것이 생명임을, 너무 소중한 것이 생명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각자의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낸 많은 환자와 보호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다. 오늘도 어둡고 무서운 음압 병동에서 하루를 살아가는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돌본다. 매일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간호하는 것이, 매일 울리지만 미처 다 받지 못하는 보호자들의 전화에 대한 죄책감을 더는 길이라 여긴다.

[이승희 경희의료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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