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첫 시정연설 키워드 '초당적 협치'

한기호 2022. 5. 15.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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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협치통한 위기 극복 강조
민주 반대로 지도부 만찬은 무산
대통령실 "언제든 문 열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브리핑 공간인 오픈라운지를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 후 여야 3당 지도부와 김치찌개에 소주를 곁들인 만찬 회동을 타진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거부하며 무산됐다. 민주당은 "보여주기식 회동"이라며 새 정부의 인사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국무총리 없는 '반쪽 내각'으로 출발한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타개책으로, 소위 본인만의 '프리스타일 협치'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오는 16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 후 여야 3당(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 대표들에 소박한 만찬을 갖자고 제의했으나, 민주당은 박홍근 원내대표의 일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을 미룬 가운데 윤 대통령의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초당적 협치' 메시지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시정연설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와의 초당적 협력', '협치를 통한 위기 극복' 등이 주요 키워드"라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5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께 '3불(불량·불통·불도저)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나 사과도 없고, 여야협치를 위한 기초적 신뢰조차 무너뜨리는 이런 상황에서 협치를 위한 회동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동은 한덕수 후보자 인준 처리 이후가 맞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미 최대한 신속한 추경 처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심각한 자격 미달 장관 후보자 이외에는 문제가 있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했다"며 "대통령실과 여당이 지금 우선해야 할 것은 보여주기식 회동이 아닌 인사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다수의 부적격 후보자를 포함해 14명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또 혐오선동가 비서관 인사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회적 약자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줬다"며 "측근 검사 출신 비서관으로 새로운 '검찰'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며 대통령실 비서관급 인선까지 연계해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오늘 언론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박홍근 원내대표에게 영수회담과 관련해 '수차례 통화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보도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 정무수석에 최근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며 "허위사실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 소통의 자세, 협치의 정신인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통령실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쪽에서 답을 안준다고 얘기를 들어서 내일(16일)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취임했으니 야당분들과 만나 소탈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답이 왔든 (윤 대통령은) '문은 열려있고 연락주면 만나고 싶고 만날 생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는 17일 한동훈 후보자가 임명될지에 대해선 "확인되는대로 빨리 알려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초부터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했고, 이날 회동 무산이 확정되자 윤 대통령이 크게 아쉬워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윤 대통령의 여야 회동 제의에 대해선 평가가 분분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소통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이라며 "지금은 뭔가 협치의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고, 대통령이 컨벤션 효과가 있으니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협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마치 야당에게 무릎 꿇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 정책기조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만남 전 정책 대안제시가 있어야 협치하는 게 아닌가. 서로 사이가 좋고 술한잔 했다고 해서 일이 잘 되겠나"라며 "정책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식사정치'를 했다. 여야가 '협치 급선회'나 '보여주기 식'이란 너무 큰 정치적 의도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대통령 집무 스타일을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고, 다만 이것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면 스스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민주당은 현재 국민에 총리 인준 표결을 계속 미루는 것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하고 있으니까, 대통령을 만나는 모양 자체가 당 지도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이런 사안은 대통령으로선 어떻게든 소통하고 문제를 풀어보려는 노력인데, 민주당이 두번 세번 반복해 거절하는 자체로 손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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