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코앞인데..선관위 업무 동원에 반발 커지는 지방공무원

서대현,우성덕 2022. 5. 1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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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개표 업무 차출 꺼려
일부 자치단체선 제비뽑기도
새벽 5시부터 12시간 일해
수당은 고작 6만원 그쳐
공무원노조 "제도 개선해야"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공무원들이 선거 사무 제도 개선을 잇달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전공노 울산본부는 선거 사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 전국공무원노조 울산본부
지방 A시청의 한 부서는 제비뽑기로 다음달 1일 치르는 지방선거 투·개표 업무에 차출될 직원을 정했다. 직원 대부분이 선거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싫어해 궁여지책으로 제비뽑기를 하게 됐다. 이 결과 직원 20명 중 10명이 선거 업무에 투입된다. 투표장에 배치된 직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수당으로 6만원을 받는다. 수당만으로는 올해 기준 최저임금(시간당 9160원)에도 못 미쳐 사례금 4만원과 식대 7000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근무 시간은 12시간이지만 투표소 설치 등 잡일 때문에 보통 오전 5시에는 투표장에 도착해야 한다. 투표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권자들의 불만과 사고에 대한 책임도 선거에 차출되는 지방 공무원들 몫이다. A시청의 한 공무원은 "선거라는 것이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투·개표 과정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업무 강도가 세다"며 "선거는 엄연한 국가 사무인데 왜 지방공무원들이 동원돼야 하는지 불만이 많다"고 토로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본업 외에 선거 업무까지 떠안게 돼 반발하고 있다. 국가 사무인 선거 업무에 대한 지자체 공무원 불만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올해는 지난 대선에서 '바구니' '비닐봉지' 선거 논란으로 업무에 투입된 지방공무원들이 뭇매를 맞은 탓에 선거 사무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전국적으로 거세다. 더구나 코로나19로 확진 투표인들과 대면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선거 당일 투·개표 업무에 차출되는 직원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전국공무원노조의 한 본부에 따르면 읍면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본업 대신 선거 업무에 매달려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조직 체계는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 249개 시구군 선관위, 3505개 읍면동 선관위로 구성돼 있다. 실제 선거 사무는 읍면동 선관위에서 수행하고, 주민 신분 선관위원장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이 간사를 맡는다. 공무원 신분 간사는 자기 업무 외에 투·개표장 설치, 선거인 명부 작성, 벽보 부착 업무 등을 같이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선거 사무와 관련해 초과 근무를 하더라도 선관위에서 받는 별도 수당이 없다. 김기수 전국공무원노조 경북본부장은 "지방공무원들이 코로나19에 이어 또다시 과중한 선거 사무에 동원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지난 대선에서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최근 중앙선관위 선거관리혁신위원회에서 지방자치법상 지자체 사무에 선거 사무를 명시하자는 방안이 나와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만을 더욱 키웠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선거 업무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전공노 울산본부는 "읍면동 선관위에 선관위 직원을 배치하고 선거 공보물 분류와 배포 업무 등 선거 관리 업무는 선관위가 직접 하라"고 요구했다. 전공노 광주본부도 "수십 년간 선거 사무는 '국가 업무 협조'라는 미명 아래 지자체 공무원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착취·유지해왔다"며 "선거 벽보를 담벼락에 붙이는 구시대적 방식에서도 벗어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울산선관위는 직접 벽보를 부착하는 등 지역 선관위마다 선거 사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지방의 한 선관위 관계자는 "제도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당을 인상하는 등 처우 개선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현 기자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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