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기' 눈치 보이는데..윤 정부, '확진자 격리의무' 없앨까

임재희 2022. 5. 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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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문 정부, 감염병 2급 하향뒤 22일까지 '이행기' 설정
이번주 '격리의무→격리권고' 안착기 진입 결정해야
"사실상 방역 방치..'아프면 쉬기' 외면 가능성" 논란
15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 격리 조처를 ‘법적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할지 여부를 이번 주 검토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조정하면서 4주로 설정한 ‘이행기’가 22일로 종료되는 데 따른 조처다. 다만, 아파도 쉬기 어려운 한국 노동환경 탓에 격리 권고로의 전환은 사실상 정부가 방역에서 손을 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번 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른 ‘안착기’ 진입 시점 안건을 보고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본 본부장인 국무총리와 1차장인 복지부 장관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건은 새로 취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중대본 2차장)이 주재하는 20일 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격리 체계 조정을 취임 100일 이내 추진 안건으로 분류하는 등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 온 만큼, 적용 시점은 23일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코로나19가 포함된 제2급 감염병은 24시간 안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이다. 이 가운데 질병청장이 고시로 법적 격리 의무가 필요한 감염병을 정하고 있는데, 격리를 권고로 전환하면 고시를 개정해 이 목록에서 코로나19를 제외하게 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4월25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병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조정하면서, 4주 동안은 확진 시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이행기’를 거쳐, ‘안착기’부턴 법적 격리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 4주 기한이 오는 22일까지다.

격리 권고는 ‘확진돼도 격리가 필요없다’는 뜻이 아니다. 추가 전파와 증상 악화를 막기 위해 격리는 필요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고 사회와 시민에게 자율로 맡기겠다는 것이다. 법적 의무가 없는 미국과 영국 등도 확진자에게 5일 격리를 권고하고 있다. 대신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므로 하루 2만원씩 지급하던 생활지원비나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유급휴가비 등은 중단된다. 정부가 예산과 건강보험 등으로 전액 지원해오던 치료비는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다른 질환처럼 일정 부분 환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60살 이상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게 1일 2회 모니터링을 하는 재택치료 체계도 중단된다.

방역당국은 유행 상황과 위험도는 물론, 코로나19 확진자 대상 동네 병·의원 대면 진료체계 마련 등 이행기 동안의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안착기 전환 시점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10만명 이하라면 문제 없이 의료·방역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판단인데, 15일 0시 기준 1주간 국내 일평균 확진자 수는 3만3947.6명으로 이를 충족한다.

그러나 ‘격리를 권고로 전환해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증상 발생 2∼3일 전부터 발현 후 8일 사이 전염력이 있으며, 전 세계 유행을 주도하는 오미크론 변이는 잠복기가 2∼4일로 이전 변이보다 짧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확진자를) 격리하지 않는다는 건 감염병 관리·예방 원칙을 저버리는 비과학적인 것”이라며 “국민 각자가 치료비를 내고 생활지원비나 유급휴가비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건, 정부는 안착기라고 하지만 사실상 방역에서 손을 떼는 방치기”라고 말했다.

법적 의무가 부과되던 시기에도 사각지대가 있었던 ‘아프면 쉬기’ 원칙이 권고 수준에서 지켜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코로나19와 함께 필요성이 커진 상병수당은 7월에나 6개 시·군·구에서 시범사업에 들어간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격리 의무가 있을 때조차 플랫폼 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 등은 아플 때 쉬는 것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안 됐다”며 “강제 조항이 아니면 노동환경 자체가 취약한 한국에선 노동자들이 못 쉬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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