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산사저 첫 주말.. 폭 5m 도로에 시위대·방문객 뒤엉켰다

김준호 기자 2022. 5. 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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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SNS로 "반지성이 시골마을 평온깼다"며 집회 비판
지난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양산=김준호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후 맞는 첫 주말·휴일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지지자와 방문객, 문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가 잇따라 열리면서 몸살을 앓았다. 지지자와 집회자 간에 충돌도 빚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했다.

1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은 전날부터 전국에서 온 방문객과 집회·시위 참가자들로 시끌벅적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와 100m 정도 떨어진 폭 5~6m 좁은 도로에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 집회·시위 참가자들이 뒤엉켜 교행이 힘들 정도였다.

특히 지난 14일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맞은 첫 주말은 혼잡함이 극에 달했다. 이날 오후 3시 45가구 100여명이 사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산 속의 평산마을 주변에 장송곡이 울려 퍼졌다. 빈 목관(木管)을 맨 이들을 선두로 영정사진을 든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우리의 죽음은 대한민국 정부의 인재입니다’ ‘백신피해 정부책임’ 등의 손팻말을 든 이들은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증을 앓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로, 항의 집회를 위해 전국에서 8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통도환타지아 제2주차장에서 추모식을 열고 35분가량 가두행진을 벌여 약 2km 떨어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까지 이동했다.

지난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양산=김준호 기자

코백회 김두경 회장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 당시 백신 접종을 독려하며 백신 피해와 관련해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개개인이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은 ‘K방역이 성공했다’며 자화자찬하는데,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나 피해당한 당사자들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다.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백신 접종으로 자녀가 사망했다는 한 회원은 “정부만 믿고 백신을 접종했던 우리 가족들은 이 세상에 없는데, 퇴임하면서 ‘해방됐다. 자유인이 됐다’고 하는 문 전 대통령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양산=김준호 기자

앞서 코백회는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지난 6일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코백회 집회 참석 인원 80여명과 지난 11일부터 집회를 이어온 보수 성향 단체 ‘벨라도’ 측 집회 인원 100여명이 더해지자 평산마을 사저 주변은 순식간에 대규모 시위 현장으로 바뀌었다.

감정이 격앙되면서 집회 참석자 중 1명이 경찰 안전 펜스를 넘어 사저 쪽으로 뛰어들어가려다 경찰에 제지 되기도 했다. 펜스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집회 참석자들이 대치하는 긴박한 상황이 연출됐다. 사저 주변엔 경찰 경력이 추가 투입되고, 경호처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사저 주변 길을 차량으로 막아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 집회 참가자가 경찰 안전펜스를 넘어 사저로 뛰어들어가자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양산=김준호 기자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주말·휴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온 지지자와 방문객까지 겹쳐 평산마을은 주말·휴일 내내 북적였다. 일부 지지자들이 집회에 항의성 발언을 하고, 일부 집회 참석자들이 욕설로 맞받아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변 경찰 제지로 큰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일부 마을 주민들도 “시끄럽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최근 잇단 집회 및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찰은 야간에 확성기를 이용해 시위를 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보수 성향 단체 ‘벨라도’ 측에 야간 확성기 사용을 제한하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코백회와 보수단체 집회는 15일에도 이어졌다. 경찰은 경력 250여명을 투입해 현장을 관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저 주변 집회·시위로 인해 현장에서 체포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추후 채증 자료를 분석해 위반 사항이 있는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저 주변 집회 및 시위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으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뉴스1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성당 미사 후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하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민주주의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고 ‘반지성주의’를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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