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회식' 늘어나더니..'3차 술자리' 교통 사고, 산재 될까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곽용희 입력 2022. 5. 15. 16:31 수정 2022. 5. 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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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단됐던 회식 문화가 되살아나면서, 보복음주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도 부서별로 회식을 서서히 늘리는 추세다. 재택 근무 등으로 오랜 기간 소원해 졌던 사내 직원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늘어나는 술자리에 귀갓길 사고도 점차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경우 어떤 기준 아래서 산재로 인정돼 보상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무 연관성' 있어야 산재

거래처와 3차까지 회식하다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어도 업무상 재해(산재)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최근 선고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IT업무팀 과장으로 회사의 진행 프로젝트의 총괄 담당을 맡던 중 2019년 10월 팀과 협력사 직원과 함께하는 회식을 하게 됐다. 1차 회식 자리에서는 A 씨를 포함한 프로젝트팀 5명, 협력사 직원 2명이 함께했다. 이후 2차에서는 A씨와 팀원 1명, 협력사 총괄책임자만 남고, 3차에서는 A씨와 협력사 총괄 책임자만 남았다. A는 3차 회식까지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 과속하던 택시와 충돌해 사망했다.

공단 측은 "3차 회식에는 1차에 참가한 인원이 대부분 불참했고 강제성도 없어 회사의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었고,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의 공식 행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유족이 신청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에 대해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A의 사고가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를 벗어난 점도 지적했다. A씨가 사고를 당한 장소는 귀가 방향 정류장의 반대편이었다. 이에 유족이 소송을 제기한 것.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3차 회식도 사업주의 지배ㆍ관리를 받는 업무 관련성이 존재하므로, 업무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2, 3차 회식에 대해서는 회사가 명시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협력사 측도 프로젝트 진행 방향, 향후 예산 상황 등을 물어볼 필요가 있었고 A씨도 해당 프로젝트가 다른 계열사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어 하는 등 상호 필요 때문에 2, 3차 추가 회식을 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근거로 "회사의 명시적인 지시가 없었어도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회식에 참석해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1, 2, 3차 회식이 연속해서 인근 장소에서 짧게 이뤄졌고, 회식 장소나 술의 종류, 음주량을 고려해도 사회통념상 통상적이지 않거나 개인의 일탈로 볼 수 없다고도 판단했다.

A씨가 사고 장소에 대해서도 "협력업체 총괄책임자 진술에 따르면 A씨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넌 것"이라며 "이는 회식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따르는 위험 범위 내의 행위"라며 "사고 경위 등을 고려하면 출퇴근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공단의 처분을 취소하고 유족 측 손을 들었다.

 ◆개인카드 결제 여부, 참석 강제성 여부도 중요

회식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업무상' 재해로는 인정이 된다. 술로 관계를 맺는 한국 사회의 업무 스타일 탓에 술을 먹는 자리에서 "업무 관련성"을 찾는 '이상한 상황'이 나온다. 친구와 회사 코앞에서 술을 먹어도 산재가 안 된다는 점과 비교하면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기 쉽다.

법원은 업무가 아닌 회사 외의 모임에서 재해를 당한 경우 산재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을 정해놓고 있다. △모임의 주최자, 목적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 방법, 비용부담 등을 고려해 회식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인지를 중요하게 본다. 그 외에도 근로자가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않았는지도 본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청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한국철도공사 영업처 소속 직원 B씨가 2차 회식이 끝나고 귀가하던 중 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에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절한 공단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2020구합74382).

청주지방법원은 △당시 술자리가 회사 모임이지만 공식 행사는 아니었던 점 △B씨 입장에서는 산하 조직 회식에 참석한 셈이라 강제성이 없었던 점(함께 회식 제안을 받은 동료는 참석을 거절) △회식 비용은 법인카드 사용 없이 참석자 중 상급자들이 개인카드로 결제한 점 등을 근거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고가 경로를 이탈했다는 점도 중요하게 봤다. 재판부는 "B씨가 2차 모임 장소 바로 인근에 있는 귀가하지 않고 그 반대 방향으로 30분 이상을 걸어가 대로를 횡단한 것은 명백히 이 사건 모임의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라는 강력한 증거는 회사 카드로 결제했는지 여부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3차 회식 자리에서 사고가 났는데 회식비용은 팀장이 개인카드로 결제했지만 이후 회사로부터 회식비용을 모두 반환받은 경우에도 "회사 지배관리하에 있는 술자리"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2020구합5632).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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