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은 '백신 없는' 봉쇄방역 고수..인구 3.2%가 발열 증상

이제훈 2022. 5. 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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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국가비상방역사령부' 발표로 본
북 코로나19 상황과 대응 기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방역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지시하는 모습. 조선중앙텔레비전 연합뉴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 14일 현재 북한의 누적 유열자(발열 증상자)는 80만명을 넘었고, 누적 사망자는 40명을 넘었다.

조선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통보”를 근거로, “13일 저녁부터 14일 18시까지 전국적으로 29만6180명의 유열자(발열 증상자)가 새로 발생하고 1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4월말부터 14일 18시 현재까지 전국적인 유열자 총수는 82만620명, 사망자 총수는 42명”이라고 전했다.

지난 12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주재 노동당 중앙위 8기8차 정치국회의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사실을 처음 공개한 지 사흘 만에 전체 인구(2020년 말 기준 2537만명, 통계청)의 3.2%가 ‘발열 증상’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은 북녘 각지 72개 군부대 등 수만명이 동원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열병식’(4월25일 김일성광장) 등 4월 중하순에 평양에서 집중된 대규모 정치행사가 불씨가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020년 1월말 이후 2년 넘게 국경을 폐쇄한 채 ‘코로나19 청정국’이라는 점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워온 김정은 총비서로선 중대한 위기관리능력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북한 방역 당국인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성긴 통계치만으로도 코로나19 확산세는 뚜렷하다. 발열 증상자는 35만여명(4월말~5월11일)→1만8천여명(5월12일)→17만4400여명(5월13일)→29만6180여명(5월14일)으로 누적 82만620여명이다. 사망자는 6명(4월말~5월12일)→21명(5월13일)→15명(5월14일), 모두 42명이다. 격리(치료 중)는 18만7800여명(4월말~5월12일)→28만810여명(5월13일)→32만4550여명(5월14일)으로 늘고 있다. 다만, 발열 증상자는 12일에서 13일 사이 9.7배 크게 증가했는데, 13일에서 14일 사이엔 1.7배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14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협의회에서 “현 상황은 지역간 통제불능한 전파가 아니라 봉쇄 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 상황”이며 “대부분의 병 경과 과정이 순조롭다”고 밝힌 것은 이 수치가 근거가 된 듯하다.

문제는 북한의 통계치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다. 북한이 발표한 수치에서 발열 증상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들쭉날쭉하다. 특히 확진자와 확진율 통계도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는 일부러 수치를 은폐했다기 보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장비·물자 부족 등 어려운 사정 탓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북한 당국이 지금껏 ‘확진’ 사실을 발표한 사례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 사망자 1명뿐이다. 북한 방역 당국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세계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등 이전의 세계적 감염병 유행 상황에도 북한은 ‘국경폐쇄’ 정도로 대응했다. 게다가 주민 영양 상태도 부실하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면 외부 ‘백신과 의약품’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방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럼에도 김정은 총비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와 일심단결된 인민의 힘은 방역대전에서 승리할 가장 위력한 담보”라며 ‘백신 접종 없는 봉쇄 방역’ 기조를 오히려 강화할 태세다. <노동신문>은 14∼15일 △기침이 나면 꿀을 먹으라 △커피를 마시지 말라 △버드나무잎을 우려 먹으라는 등의 민간 요법을 소개하고 김 총비서가 “상비약품을 본부 당 위원회에 바친다”며 의약품을 내놓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15일 “현재까지 134만9000여명이 위생선전, 검병검진, 치료사업에 진입하여 유열자들과 이상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 철저히 격리시키고 치료대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총비서가 14일 노동당 정치국협의회에서 “중국당과 인민이 악성 전염병과의 투쟁에서 이미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상하이 봉쇄처럼 지역 봉쇄와 격리를 핵심으로 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본으로 삼되, 중국 정부에 ‘지원’ 요청할 여지를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13일 “중국은 언제든 북한에 코로나19에 맞서도록 전력으로 지원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요구에 입각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움을 청할 경우 윤석열 정부보다 중국 정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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