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세상 밖으로 나온 일기들 / 안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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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극히 사적인 기록이다.
국내외를 아울러 세권을 꼽는다면, <난중일기> <안네의 일기> <애도 일기> (시대순)가 어떨까. 애도> 안네의>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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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592년 정월 초하루부터 1598년 11월17일까지의 기록으로, 마지막 일기는 장군이 전사하기 이틀 전에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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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일기는 극히 사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더러 세상 밖으로 나와 명성을 얻고, 고전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생생한 사실과 깊은 내면이 동시에 담겨서일 터이다. 국내외를 아울러 세권을 꼽는다면, <난중일기> <안네의 일기> <애도 일기>(시대순)가 어떨까.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대한민국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하다. 음력 1592년 정월 초하루부터 1598년 11월17일까지의 기록으로, 마지막 일기는 장군이 전사하기 이틀 전에 쓰였다. 그날그날 전황 같은 건조한 사실만 기록돼 있는 건 아니다. 자신의 건강 상태,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사적인 내용도 적지 않다. 영역본 제목은 ‘War Diary of Admiral Yi Sun-sin’이다.
<안네의 일기>는 독일 출신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가 1942년 6월12일~1944년 8월1일 나치의 감시를 피해 네덜란드 은신처에서 지내며 쓴 것이다. 특수한 시공간을 마주한 사춘기 소녀의 내면 세계가 인상 깊게 기록돼 있다. 나치에 발각돼 온 가족이 절멸수용소로 끌려가면서 일기는 중단됐고, 안네는 이듬해 수용소에서 15살 나이로 숨졌다.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아버지가 1947년 딸의 일기를 ‘Het Achterhuis’(‘집 뒤채’)라는 네덜란드어 제목으로 출판한 뒤, 전세계에서 수십개 언어로 수천만부가 팔렸다. 영어판 제목은 ‘The Diary of Young Girl’이다.
<애도 일기>는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1977년 10월25일 어머니를 임종한 다음날부터 1979년 9월15일까지 쓴 일기다. 어머니의 부재에서 오는 슬픔을 집요하게 응시하고 해석해가는 과정이 직관적인 문체와 만나 깊고 아름다운 감응을 일으킨다. 프랑스어 제목은 ‘Journal de deuil’인데, ‘journal’에는 ‘신문’과 함께 ‘일기’라는 뜻이 들어 있다. 영어판 제목은 ‘Mourning Diary’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때아닌 ‘일기 논란’이 벌어졌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과정에서 조 장관 딸의 일기장을 압수한 걸 두고 비판이 나오자, 한 후보자가 “일기가 아닌 일정표”라고 답변한 것이다. 압수품 목록에 적힌 ‘다이어리’를 애써 그렇게 해석하고자 한다면, <난중 일정표> <안네의 일정표> <애도 일정표>는 어떤가. 셋 다 영어로는 ‘Diary’(다이어리)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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