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기후금융 책임과 역할

이준희 입력 2022. 5. 15. 16:01 수정 2022. 5. 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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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6차 총회에서 6차 보고서(AR6) 제3 실무그룹(WG3) 보고서가 승인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이 보고서가 상당한 사회적 이슈였다.

IPCC 보고서가 왜 이슈였는지 살펴보자.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인류 생존에 심각한 위기가 온다. 그렇다면 언제쯤 1.5도 상승에 도달할까. 2018년 IPCC 특별보고서에서는 2052년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 6차 보고서는 2030년 이내로 수정 전망했다. 2003~2012년에 0.78도 상승하고 2011~2020년에 1.2도 추가 상승했으니 이 추세라면 2030년 이내 1.5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이 근거다. 이미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1.2도 추가 상승에 따른 기후위기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폭염, 초대형 산불 등은 물론 기후난민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또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 코로나19 등 각종 팬데믹의 발생 위험이 기후변화로 부쩍 높아졌다. 1.5도 상승 저지에 우리 모두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보고서는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 온실가스 감축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후금융이 필수지만 현재 기후금융 흐름으로는 기후위기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기후리스크는 금융기관과 시장에서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렇다 보니 금융 시스템은 탈탄소로의 전환에 필요한 자본을 재할당하지 못하고 있고, 의사결정 주체들에게 명확하고 강력한 신호를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유동자금이 풍부함에도 기후위기 대응 분야로 유입이 안 되는 문제를 언급하며 지금 같은 소극적 대응을 지속한다면 향후 상당한 좌초자산 양산 및 탄소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에 대해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는 지난 2014년 IPCC 5차 보고서와 크게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기후금융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 대비 3~6배 수준으로 기후금융 규모를 확대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의 경우 4~8배 규모 확대가 필요한 도전 과제다. 재정·통화·금융 규제뿐만 아니라 실물경제 정책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기후금융 자금 유입 장애물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친환경 라벨링, 녹색 채권 발행 확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민·관 협력사업, 민간금융 참여 확대, 정보공시 및 투명한 규제정책을 통한 그린워싱 방지 등 혁신금융 수단을 통해 관성전환 및 투자수요 촉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기후금융 현황은 어떨까.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기후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다. 그리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초 정부는 녹색 금융 업무계획을 발표했고, 3월에는 국내 112개 금융기관이 모여 기후금융 지지 선언을 했다.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탈석탄 금고 선언을 하고, 금융기관 역시 탈석탄을 선언하며 기후금융에 적극 임하고 있다. 녹색 채권 발행도 작년에 큰 폭으로 상승했고, 금융기관마다 전담 부서가 신설됐다. 10여년 전 저탄소녹색성장 정책 추진 당시 녹색금융 추진 환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있다. 기후금융이 ESG경영 확산의 실마리가 됐고, ESG경영 확산은 기후금융 확대의 동력이 됐다. IPCC 보고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활동 대부분을 잘 이행하기 시작한 나라의 하나다.

우리는 올해 ESG 2.0시대를 맞았다. ESG를 이해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하던 지난해 ESG 1.0시대와 달리 이제는 부문별로 실질적인 이행을 통한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배출권거래제에 20개 증권사의 시장 참여가 시작되면서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 동인이 생기는 모양새다. 새 정부는 최근 110대 국정과제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 투자 확대도 명문화했다. IPCC 보고서에서도 가야 할 길임을 명확히 했으니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 금융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 나가는 일만 남았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 yuinsik@ib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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