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수싸움, 의외로 국민의힘 꽃놀이패?

박순봉 기자 2022. 5.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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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내부에서 총리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6·1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냐, 불리하냐’의 관점으로 본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이 늦어질수록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준되면 국정 운영이 원활해서 좋고, 총리 인준안이 지연되거나 부결되더라도 민주당 발목잡기 프레임이 강화돼 지방선거에서 유리할 수 있다. 어느 쪽도 크게 불리하지 않은 ‘꽃놀이패’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결정권을 쥔 민주당에 비해 대응 전략이 간단하다. 민주당은 168석의 압도적 의석수를 갖고 있어 총리 인준의 결정권을 쥐고 있다. 이는 민주당이 한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먼저 결정하는 선공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오로지 발목잡기 프레임만 강화하면 된다. 민주당에 총리 인준을 압박하고, 지연되거나 부결되면 계속해서 발목잡기 프레임을 키우는 구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방선거를 치른다는 입장에서는 총리 인준이 지연되고 있는 지금이 나쁘지 않다”며 “지방선거 때까지 이 상태가 이어지면 민주당 심판론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보면 한 후보자를 부결시키겠다는 입장이 강하지도 않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실제 낙마시키지는 않을 걸로 본다”면서 “한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민주당은 그 후폭풍을 지방선거에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가 호남 출신이고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국민의힘 전략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가 막 출범했고 지방선거가 있는 데다, 후보자도 참여정부 출신이라 민주당이 무조건 반대하기 까다롭다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는 공식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향해 “오늘이라도 (국무총리 인준을 위한) 본회의를 소집해달라”며 “여야 합의가 안 된다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해달라.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총리 인준을 위한 표결의 장을 열어달란 취지다. 넓게 보면 ‘통과냐, 부결이냐’와 상관 없이 표결할 기회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실제 한 후보자를 부결시키기가 쉽지 않고, 부결되더라도 역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걸로 해석된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무기명 투표기 때문에 실제로 한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후보자 인준 정국은 국민의힘의 옹색한 현실도 보여준다. 전략적으로는 국민의힘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별다른 선택권도 없다는 의미다. 국회에선 여소야대로 힘이 없는데다, 여권 내에서도 움직일 틈이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 문제에서는 자신이 지명한 후보자를 철회하지 않는 ‘직진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미 공식적으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를 촉구했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민주당은 부적격 대상자로 낙인찍었지만, 국민의힘은 거래 대상으로 올릴 수조차 없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인 한 후보자의 거취는 사실상 윤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한동훈 후보자는 국민의힘에서 애초에 거래 대상이 될 수가 없다”면서 “정호영 후보자는 국민 정서상 내주는 것이 맞지만, 정권 초에 나서서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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