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안심전환대출, 집값 올랐는데 신청요건 그대로..금리 매력도 떨어져

최희진 기자 2022. 5. 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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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연합뉴스


정부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정부에서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에 비해 신청 요건이 사실상 강화됐고 대출 금리는 최대 2%포인트 이상 더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요가 몰릴 경우 집값이 낮은 순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 서울 주택 소유자는 혜택을 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015년 박근혜 정부, 2019년 문재인 정부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한다.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추경안에서 올 하반기 20조원, 내년 이후 최대 20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 계획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실수요 서민들이 갖고 있는 고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고정금리 상품으로 바꿔주는 사업이다.

세부 내용을 보면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일반형과 우대형으로 나뉜다. 일반형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차주(돈 빌린 사람)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우대형은 연소득 7000만원 이하에 4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차주에 대해 최대 2억5000만원까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5년, 2019년 시행 당시와 주택 가격 상한선이 9억원으로 동일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을 고려하면 자격 요건이 사실상 강화된 셈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구매자는 대부분 신청 서류를 내지도 못할 가능성이 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이다. 과거 안심전환대출이 실시됐던 2015년 3월과 2019년 9월 서울 아파트 가격은 각각 평균 4억9700만원, 8억4051만원으로, 당시엔 서울 아파트를 보유했어도 안심전환대출 신청 자격이 있었다.

만약 신청이 폭주해 규모가 20조원을 초과한다면 실제 주택 가격 상한은 9억원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의 경우 정부 계획이 20조원인데 신청 규모가 73조9000억원에 이르자 당국은 주택 가격이 낮은 순으로 대상자를 선별했다. 결과적으로 대상 주택 가격이 2억8000만원을 넘지 않았다.

금리를 보면, 금리 상승기에 시행되는 이번 안심전환대출 금리가 과거 사업에 비해 높다. 윤석열 정부는 일반형은 보금자리론보다 0.1%포인트, 우대형은 0.3%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달 보금자리론 금리(연 4.1~4.4%)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일반형 금리는 연 4.0~4.3%, 우대형 금리는 3.8~4.1%가 된다. 2015년(2.5~2.7%), 2019년(1.85~2.2%) 상품에 비해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금리 상단이 1.6~2.1%포인트 더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강화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변동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현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금리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에서도 고신용자는 3%대 후반, 4% 초반에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을 받을 수 있다. 차주들이 당장 다음달 상환액을 최소화하길 바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이병건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금리가 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 2019년의 금리에 비해 매력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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