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발전 늘려도 역부족..전기요금 인상이 해결책?

박상영 기자 2022. 5. 15. 15: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서울의 한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8조원에 가까운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데 대해 탈원전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원전 이용률은 이전보다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이 적자 늪에서 나오려면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산업계 지원과 물가 상승을 이유로 정부는 주저하고 있다.

15일 한국수력원자력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원전 이용률은 87.5%로 전년 동기 대비 6.7%포인트 늘었다. 지난 1분기 원전 이용률은 박근혜 정부 임기(2013∼2016년) 평균 원전 이용률 81.4%보다 높고, 이명박 정부(2008∼2012년) 당시 이용률인 90.0%보다는 소폭 낮다.

■원전·석탄발전 증가에도 적자 늘어

한전 적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연료비가 급등한 영향이 가장 크다. 그동안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줄여왔던 석탄화력 발전 이용률도 58.7%로 1년 전에 비해 2.6%포인트 늘었지만 유연탄 가격이 약 191% 뛰면서 한전의 경영난이 가중됐다.

연료비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통상 유가와 국제석탄 가격의 추세를 3∼6개월 뒤 따라가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에도 산유국들이 증산에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최근 국제유가는 100달러대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생산 차질로 유연탄 가격도 치솟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전의 경영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오는 10월에 기준연료비를 ㎾h(킬로와트시)당 4.9원 인상하겠다고 지난해 발표했지만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원칙대로라면 매 분기마다 최대 3원/㎾h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반영해야 하지만 높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낮다. 2분기 전기요금 조정 시에도 33.8원/㎾h의 변동연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동결됐다. 이에 따라 한전이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h당 180.5원인 데 비해 한전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단가는 110.4원에 그쳤다.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이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은 물가 때문?

‘전기요금 동결’에 따른 혜택은 가계보다 기업에 더 많이 돌아간다. 한전이 펴낸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해 전력 판매량 53만3431GWh(기가와트시) 중 산업용(29만1333GWh) 비중은 54.6%에 달했다. 반면 가계가 사용하는 주택용(7만9915GWh) 비중은 15.0%에 불과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전력판매량이 전년 대비 4.5% 늘어난 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4.1%에서 78.4%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기업들이 전력시장의 주요 소비자인데도 정부는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달 4일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어려움을 겪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이나 인상 최소화 대책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 주요국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4월에 전기요금을 54% 올린 영국은 주민세 150파운드(24만원)를 감면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87%나 요금을 올린 스페인은 전력부가세율을 21%에서 10%로 낮췄다. 대신,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누린 발전사업자에 세금을 추가로 걷어 재원을 마련했다. 영국도 석유·가스 기업의 초과 이익에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는 전력도매가격이 소폭 하락하면서 한전의 적자 폭이 4조7000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겠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4분기에는 적자 폭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