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52년만에 최대 하락에도.. "아직도 비싸"

유병훈 기자 입력 2022. 5.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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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증시가 52년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고 있어도, 여전히 비싼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각) 다우존스 마켓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6% 하락해 같은 기간 기준으로 지난 1970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 증권거래소 앞의 월스트리트 도로 표지판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은 현재 S&P 500의 시가총액을 향후 12개월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16.8배로 지난 20년 평균치인 15.7배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20년 9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의 패닉을 잠재우기 위해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선행 PER은 24.1배까지 올랐다. 16.8배는 2년 전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추세선보다는 높다.

해외 증시와 비교해봐도 미국 증시는 여전히 거품이 낀 상태다. 팩트셋은 S&P 500 지수보다 더 고평가 상태인 증시가 ▲벨기에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나스닥 지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방 압력은 계속 작용하고 있다.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연준이 금리 인상·유동성 흡수로 대응하는 것이 주가 하락의 주된 요인이지만, 적극적 긴축 정책으로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CNN비즈니스의 공포·탐욕 지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 증시는 극도의 공포(extreme fear) 수준에 머물고 있다.

씨티그룹은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시가 지난 2020년 10월 버블 상태에 들어섰고, 이제는 버블 국면에서 빠져나오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닷컴버블 당시인 지난 2000년 3월 S&P 500의 PER이 26.2배까지 올랐다가 버블이 꺼진 후인 2002년에는 14.2배로 줄었다고 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8.8배까지 내려갔다.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상당하다. 보스턴파트너스의 마이클 멀레니 글로벌 시장리서치 수석은 연준의 통화 긴축 기간에 주식 밸류에이션이 떨어지고 기업 이익 성장도 느려진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훨씬 더 가혹한 시장 환경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긴축적 통화 정책의 고삐를 더 강하게 쥘 가능성도 있다. 지난 4일 22년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0.75%포인트의 금리인상,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연준 내부에서도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계속 거론하고 있다.

멀레니 수석은 연준의 긴축 정책 강도가 올라갈 경우 증시 PER이 장기 평균치보다 낮은 13∼14배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의 이익 성장도 느려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9.1% 증가해 기존 예상치(5.9%)를 웃돌았으나, 시장은 이처럼 높은 이익률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고 우려한다.

에릭 린치 샤프인베스트의 자산운용 책임자는 “피크(peak)를 찍고 있는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계속될 것 같지 않다”며 “커다란 경기침체가 오지 않더라도 현재의 이익 전망치는 너무 높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리서치도 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약한 수요”라는 언급을 지난 2020년 이후 가장 많이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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