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피는 단칸방, 천안 주거빈곤 아동가구 '신음'
[천안]"9평 원룸에서 26개월, 10살, 17살 3남매를 키우고 있어요. 원룸에서 성별이 다른 자녀들이 생활하다 보니 사생활을 지켜주기 너무 힘들고 생활 자체가 불편한 경우가 많아요.", "환기 하고자 창문을 열 수 없어요. 원룸이라 공간도 좁아 냄새가 올라오면 금방 집안이 담배 냄새로 가득해요. 2살 된 아이 건강이 걱정돼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집에 구석구석 곰팡이가 있어서 애들 건강이 정말 염려스럽죠."
한부모와 미혼모 등 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시행하는 천안시건강가정지원센터가 파악한 아동 주거빈곤 가구 사례이다. 3.3㎡(1평) 당 매매가 2000만 원 넘는 고가의 아파트가 즐비한 천안이지만 한쪽에서는 곰팡이 핀 단칸방에서 아동과 온 가족이 생활한다. 지난 13일 오후 동남구청 5층 대회의실에서는 천안의 주거빈곤 아동가구 심각성에 주목한 토론회가 열렸다.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이하 복지세상)이 주관한 '아동의 적정주거기준 정책토론회'이다.
토론회 기조발제자인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천안시 주거빈곤 아동가구 규모를 제시했다. 최 소장에 따르면 천안시 주거빈곤 아동가구 비율은 7.8%로 전국 9.4%, 충남 9.3% 보다 낮았다. 지역별로는 동남구 10.6%, 서북구 5.8%로 양극화가 컸다. 최 소장은 "동남구 10.6%는 10가구 중 1가구가 주거빈곤 아동가구라는 의미로 절대 적지 않다"며 "공공임대도 필요하지만 경기도 시흥시처럼 주거빈곤 아동가구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거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김승현 충남지역본부장은 "아동주거빈곤 해결은 지방정부 역할이 핵심"이라며 "천안시가 주거복지지원 조례를 개정해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지자체 책무를 명시하거나 아동 주거빈곤 해소 지원조례를 별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정 천안시주거복지종합지원센터장은 "주거취약아동가구 월세 비증이 증가해 천안형 주거비 지원이 요구된다"며 "천안시가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도 받은 만큼 아동의 정서적 안정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주거안정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희경 천안시 주무관은 "조례 제·개정은 앞으로 논의해봐야 될 것 같다"며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시민이 살기 좋은 주거복지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세상은 토론회 이후 6월부터 8월까지 천안시 주거빈곤 아동가구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9월에는 아동주거권 보장 강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천안시 18세 미만 아동 인구는 올 4월 30일 기준 1만 787명으로 전체 인구의 16.8%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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