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연대표 던졌다.. 우크라 밴드, 유럽 최대 팝축제 유로비전 우승

장민석 기자 2022. 5. 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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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전 2022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우크라이나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 / AP 연합뉴스

“제발 우크라이나와 마리우폴을 도와주세요. 아조우스탈을 도와주세요. 바로 지금요!”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로비전 2022 송 콘테스트’ 결승. 우크라이나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의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는 자국어로 노래를 부른 뒤 영어로 이렇게 외쳤다.

러시아가 대대적 공습을 가한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 시민들을 도와달라는 메시지였다. 아직도 우크라이나군 1000여명이 마리우폴의 제철소 아조우스탈을 ‘결사 항전의 보루’로 삼고 러시아의 공세에 버티고 있다. 경연이 열린 팔라 알피투어 아레나 객석에선 대형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렸다.

심사위원단 투표에서 4위에 머문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시청자 투표에서 몰표를 받으며 631점으로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단 투표 1위를 차지한 영국의 샘 라이더(466점)를 여유 있게 제쳤다. 영국 BBC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상황에서 많은 유럽인이 ‘칼루시 오케스트라’를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인 칼루시에서 결성된 3인조 힙합 그룹 칼루시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3명의 멤버를 더 영입해 칼루시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이들은 속사포처럼 빠른 랩에 구슬픈 우크라이나 전통 민요를 접목시킨 ‘스테파니아’란 노래로 유로비전 2022에 도전장을 던졌다.

리더인 프시우크가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사를 썼는데 ‘들판에는 꽃이 피고 있지만 / 그녀의 머리는 희끗희끗해지고 있네 / 어머니, 자장가를 불러주세요 / 나는 당신의 우크라이나어가 듣고 싶어요’ 등의 대목이 이번 전쟁과 맞물리면서 대회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프시우크는 “전쟁이 일어나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처럼 조국을 애틋하게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대회 기간 ‘반전(反戰)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러시아군이 퇴각한 뒤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난 수도 키이우 인근 소도시 이르핀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이탈리아에서 열린 전쟁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유럽 최대 팝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에서 우승한 세 번째 우크라이나 밴드가 됐다.

유로비전은 전 세계 2억명이 시청하는 빅 이벤트로, 아바(1974년 우승)와 셀린 디옹(1988년 우승)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팝스타로 떠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용기는 세계를 감동시켰고 우리의 음악은 유럽을 정복했다”고 축하했다.

우승국이 다음 대회를 여는 전통에 따라 유로비전 2023은 우크라이나에서 열리게 됐다. 리더 프시우크는 “내년에는 우크라이나가 행복한 주최국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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