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만 세계보건총회 참석 놓고 기싸움..바이든 지원법 서명, 중국 "동의 못해"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5. 1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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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계보건기구 홈페이지 캡쳐


올해 세계보건총회(WHA)를 앞두고 대만의 회의 참가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재현되고 있다. 중국이 대만의 회의 참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의 옵서버 참석을 지원하는 법에 서명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참여에 관한 요건을 변경하는 내용의 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이 발의해 지난해 8월 상원과 지난달 하원을 만장일치로 통과한 이 법은 미 국무장관이 대만의 WHO 옵서버 지위 회복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만의 WHA 참여 문제는 최근 수년째 미·중간 갈등 사안이 되고 있다. 대만이 WHO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WHA 연례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미국이 이를 지원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의 참여를 강력히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WHO 창립 멤버였던 대만은 1971년 중국의 유엔 가입 이후 유엔 뿐 아니라 WHO를 비롯한 모든 산하 기구에서 회원국 자격을 잃고 퇴출됐다. 국민당 집권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2009∼2016년에는 WHA에 옵서버로 참가한 전례도 있지만 민진당이 집권한 2017년 이후로는 중국의 반대로 옵서버 자격도 얻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대만의 WHA 참여를 더욱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올해도 WHO 사무총장에게 대만의 옵서버 자격 참여를 요청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참여 기준이나 회원 자격으로 국가 지위를 요구하지 않는 국제기구에 대만의 강력하고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면서 대만의 WHA 참여에 다시 한번 힘을 실었다.

대만도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올해는 옵서버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 더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법 서명에 대해 “WHA에서 대만의 옵서버 지위에 대한 미 행정부와 입법부의 지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외교부는 앞서 아직 초청장을 받지 못했지만 참여 기회를 얻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면서 대표단이 오는 22∼28일 WHA 연례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로 가서 각국 대표단과 코로나19 대응 등 전세계 공중위생 업무에 대해 교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WHO 활동을 포함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중국은 대만이 올해 WHA에 참가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민진당이 집권 이후 국민 복지보다 정치적 계략을 앞세워 ‘대만 독립’을 고집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의 WHO 참여 기반이 사라진 것”이라며 “민진당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한 정치 농간을 중단하지 않으면 모욕만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대 속에서 미국이 대만의 WHA 참여를 지원하는 법까지 마련함에 따라 중국의 반발과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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