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와 환향녀.. '내일'이 굳이 아픈 역사를 끄집어낸 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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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예측했던 구련(김희선)의 전생스토리였다.

MBC 금토드라마 <내일> 이 보여준 구련의 전생스토리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역사적 사실로 잘 알고 있는 '환향녀'의 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내일> 은 왜 굳이 구련의 전생스토리에 '환향녀'의 아픈 역사를 더해 넣었을까.

결국 위안부 피해자나 환향녀의 아픈 역사를 굳이 <내일> 이 들여다 본 건 그것이 잊히는 과거사가 아니어야 그 때와는 다른 내일이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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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에 대한 돌팔매, 지금도 반복되는 일들('내일')

[엔터미디어=정덕현] 어느 정도 예측했던 구련(김희선)의 전생스토리였다. 저승사자 주마등의 위기관리팀 팀장 구련과 인도관리팀 팀장 중길(이수혁)이 실상은 전생에 부부였다는 것. MBC 금토드라마 <내일>이 보여준 구련의 전생스토리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역사적 사실로 잘 알고 있는 '환향녀'의 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잡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지만, 저들에게 정절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갖은 수모와 돌팔매질을 당했던 여인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구련은 기지를 발휘해 적의 음식에 독초를 넣은 후 혼란한 틈을 타 다른 여인들과 도망쳤고 가까스로 조선으로 들어오는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그건 고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다.

오랑캐의 자식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고, 심지어 그들을 난잡한 이들로 치부해 갖가지 뒷얘기들이 퍼져나갔다. 결국 중길의 어머니는 구련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정절을 지키라며 은장도를 내줬고, 구련은 남편 중길이 소문을 내는 자들에게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는 결국 자결을 결심했다. 그것이 구련과 중길이 얽힌 전생의 아픈 이야기였다.

그런데 <내일>은 왜 굳이 구련의 전생스토리에 '환향녀'의 아픈 역사를 더해 넣었을까. 그건 과거의 역사가 그저 그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도 비슷한 일들로 반복되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피해자이자 생존자들이 오히려 갖은 수모와 핍박을 받는 일들은 그로부터 40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성범죄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받는 일들이 그것이다.

<내일>은 바로 이전 에피소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사지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돌아온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바 있다. 과거 친하게 지낸 윤이를 그것이 위안부로 가는 것인지도 모르고 가게 했다는 죄책감에 한 평생을 무겁게 살아온 유복희(김용림)와, 당시 윤이가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던 역시 위안부 피해자였던 이정문(김영옥)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들은 신입 차사로 온 전보윤(박희정)을 만나고 그가 바로 윤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눈물의 재회를 갖게 된다. 이 에피소드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제 죽을 날을 앞두고 있던 이정문이 윤이와 돌아오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편히 죽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대목이었다. 그 역시 살아 돌아온 생존자였지만 마치 구련이 전생에서 겪은 '환향녀' 취급을 당했다. 그러다 진실을 알리겠다고 나선 다른 피해자들을 보고 용기를 내서 세상 앞에 나섰던 인물.

결국 위안부 피해자나 환향녀의 아픈 역사를 굳이 <내일>이 들여다 본 건 그것이 잊히는 과거사가 아니어야 그 때와는 다른 내일이 있다는 걸 말하기 위함이다. 지금도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역사를 왜곡하는 일들로 여전히 생존자이자 피해자들은 이 분들에게 또 다른 돌을 던지고 있지만 그걸 극복하는 일은 후대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는 걸 이 드라마는 전하고 있다.

"꼭 기억할게요. 꼭." 위안부 피해자를 담은 에피소드에서 최준웅(로운)은 소녀상의 손을 꼭 쥐고 이렇게 말한다. <내일>은 현재의 힘겨운 현실 앞에 내일이 오는 걸 원치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드라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400년 전,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때의 아픈 역사까지 현재로 가져온다. 그 때의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을 거라 말한다. 그래야 다른 내일이 올 거라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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