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가 "사람이 없어요" ② 출점 경쟁 치열 "빈익빈 부익부"
[제주시 한 특급호텔 양식 셰프로 일하던 오철수(가명.38)씨는 2020년 중반, 유급휴가를 권유받고 쉬다 무급으로 전환되면서 일을 접었습니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평소 하고 싶던 걸 시작하게 됐다”는 오씨. 대출을 받아 가게를 차려 종업원 없이 1인 식당을 운영했고 ‘일상회복’까지 이르렀습니다. 최근 호텔측에서 다시 식당을 가동한다는 소식에, 직·간접 재취직 제안도 받았습니다. “조건이 달라진 것도 없고, 미련도 없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모집공고를 내도 반응이 없다. 이왕이면 새로 시작하는, 조건이 좋은 쪽에 끌리는건 당연하지 않겠나”라는 ‘A’관광호텔 총지배인 K씨.최근 이어지는 호텔가의 채용 바람 속에, 상대적인 열세는 인정합니다.
“복지나 근무여건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보다 높아진 것은 맞다. 연봉수준도 적어도 1.5배 올랐다. 여기에 맞추는게 기존 업계들로선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최대한 가용인력을 활용하는 등 대책을 고민 중이지만, 언제쯤 여건이 개선될 진 불투명하다”고 전했습니다.
대규모 채용시장이 열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모아지는 기대감이 적지 않지만 '반짝' 호재가 되어선 안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필요할 때만 손을 벌리고, 정작 힘들땐 내치는 형태가 이어져선 구직자들의 신뢰감만 떨어뜨리고 불안감만 고조시킬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전후해 일찌감치 시작된 신생 호텔들의 출점 경쟁 역시 인력 수급난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이러다 있는데만 몰리고 없는데는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만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일상회복에도 웃지 못하는 현장, 두 번째입니다.]
1. 한 달 공고에도 지원자 '0'
2. 출점 경쟁 치열 “빈익빈 부익부”
- 잇따른 특급호텔 진출...인력 수급 ‘빠듯’
뜨거워지는 호텔 출점 경쟁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로 꼽힙니다.
당장 7월에만 서귀포 중문단지에 GS리테일의 호텔 사업 부문인 5성급 파르나스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라 롯데-신라호텔과 더불어 3파전 구도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도 3년째 5성급 출점이 잇따르면서 벌써부터 여름휴가 성지로 입소문이 난 상태이기도 합니다. 최근 대부분 직종 채용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JW 메리어트가 서귀포에 ‘제주 리조트 앤 스파'로 럭셔리 리조트를, 글로벌 리조트사 반얀트리는 올해 '카시아' 브랜드를 통해 중문단지에 호텔과 풀빌라로 구성된 리조트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들 호텔 개관을 앞둬 이미 인력 수급도 시작됐고, 어느정도 채용도 마무리된 경우도 많아 업계에선 적잖은 경력과 신입 이동이 이뤄진 것으로 공공연히 알고 있습니다.
제주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호캉스(호텔+바캉스) 유행이 번지면서 국내 여행객들의 고급 트렌드를 겨냥해 신생 호텔 개관이 잇따르는 것”이라며 “최근 국제노선 회복과 무사증 재개 등으로 외국인 시장까지 전망이 밝아지면서 앞으로 더 얼마나 공급이 이어져 수요 경쟁이 치열해질지는 지켜봐야할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관광 등 서비스업종 등 인력 불안 여전
서비스업종의 인력 불안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고용시장 흐름에 잘 반영됩니다.
호남지방통계청 제주사무소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주도내 취업자는 39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0.9%인 4,000명 늘었습니다.
실업자는 9,000명으로 44.3%인 7,000명이 줄었지만 워낙 지난해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기저효과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산업별로 따져보면 건설업이 1년 전보다 5,000명 줄어든 3만 4,000명으로 레미콘 파업 등 여파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업 비중은 8.8% 정돕니다.
관광업과 연관되는 업종비 25% 수준인 도·소매·숙박업과 38%의 개인·공공서비스업은 각각 지난해보다 1,000명과 9,000명 늘었지만 전달과 비교하면 이들 업종 모두 1,000명씩 2,000명이 줄었습니다.
인력 증감폭이 사실 들쭉날쭉인데다, 안정적인 흐름은 유지하지 못한다는 얘깁니다.
직업별로 분류해 보면 감소세는 뚜렷합니다.
전체 25%를 차지하는 서비스 ·판매종사자가 9만8,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명, 전달에 비해선 2,000명이 감소했습니다.
채용 여건은 안정적이지 않고 인력 이동에 따른 구인난 등이 계속되는 탓에 공급과 수요, 즉 구직과 구인처의 불균형이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관광 회생 이제 시작...외국인시장 등 ‘변수’
국제선과 무사증 재개 등에 따라 인력 불안감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00명~400명 채용에 들어간 제주드림타워나 신화월드 모두 대거 ‘카지노’부문 인력 모집을 예고했습니다. 외국인 시장 회복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더더욱 기존 카지노업장의 인력 보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휴업 중인 ‘B’카지노를 보유한 호텔의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제주도 등 정책당국에선 카지노 재개 준비를 촉구하는데, 제대로 된 정기편조차 예정되지 않아 수요 타진이 안되는데 나설 입장은 아니”라며 “대부분 인력이 그만둔 상태에서 대거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마땅한 인재풀이 보이질 않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카지노만 해도 필요 인력만 100여 명으로, 현재 제주도내 8곳 카지노 중에 5곳이 영업을 접은 상탭니다.
- 채용시장 확대...고용 격차 해소 관건
일부 채용시장이 열리고 규모를 키우고는 있지만 ‘눈높이’차에 따른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선 접객 현장에 바로 대응 가능한 경력자나, 포스트코로나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부응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으로 초점이 맞춰지지만 정작 이들 눈높이에 맞는 여건을 제공한다거나, 맞추기가 어려운게 현실이기도 합니다.
대규모 사업장들이 이렇다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신생기업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상회복 분위기가 확산되고 대면접촉이 가능해진만큼, 구직자들이 비교 선택 가능한 채용의 장이 보다 활발히 마련되면서 동시에, 기업체는 물론 정책 차원에서 다방면의 고민과 지원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내 관광학계 관계자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란 점에서 대형업장들의 채용 경쟁이 본격화되면, 청년 고용에 어느 정도 활기를 가져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면서 “상대적으로 비슷한 업종의, 자본력이나 규모가 취약한 업체들에겐 갖고 있는 인재의 자발적 유출을 부추길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 자체의 자생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구직자에겐 안정적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채용의 장(場)이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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