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중의 NBA 도전, 그 자체가 한국 농구의 새 역사
(시사저널=김종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최근 농구팬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데이비슨대 3학년 이현중(22·201cm)의 NBA 입성 여부다. 이현중은 4월27일, 개인 SNS를 통해 2022 NBA 신인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한 상태다. 대학 졸업 후 도전과 얼리(early) 드래프트 도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1984년 LA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 리스트이자 이현중의 모친인 성정아씨(56)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졸업과 얼리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4학년까지 대학을 다닐 경우 좀 더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갈고닦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커리어를 추가하며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현중이 나이대는 1년 차이가 크다. 향후 군대도 가야 하는 등 이런저런 것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얼리를 선택하게 됐다"고 참가 배경을 설명했다.
이현중의 참가 시기에 대해서는 팬들은 물론 농구 관계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이 사실이다.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스승인 밥 맥킬롭 감독을 비롯한 학교 측에서는 당초 졸업 때까지 함께하기를 권유했으나, 이후 이현중 측이 여러 가지 사정을 설명하고 확실한 결정을 내림에 따라 얼리 드래프트 도전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어쨌든 활시위는 당겨졌다. 어려운 결정 끝에 드래프트에 나서게 된 이현중으로서는 팀·순번 등을 떠나 지명만 받는다면 그 자체가 큰 의미일 수 있다. 하승진(37)에 이어 한국인 2호 NBA리거가 되는 것은 물론 스윙맨 스타일로는 첫 번째 역사를 남기게 된다. 과거 메이저리그 박찬호가 그랬듯 한국 스포츠 시장 전반에 미칠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연도 전 세계 최고 농구 기대주를 선별하는 무대
NBA 신인 드래프트는 매년 60명을 뽑는다는 점에서 언뜻 보면 적지 않은 인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무수히 많은 미국 내 실력자는 물론 각 나라에서 최고의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들까지 참가한다. 전 세계 해당 또래 중에서 가장 농구를 잘하거나 재능을 인정받는 이들의 전쟁터인 것이다. 어지간한 지역에서 난다 긴다 하는 에이스급도 지명을 장담하기 힘들다. 그야말로 바늘구멍이다.
과거 한국인들에게 멀게만 여겨졌던 미국 프로야구와 프로골프, 유럽 프로축구 등 각 종목 빅리그는 하나둘 코리안리거가 쌓여가면서 이제는 더 이상 넘지 못할 벽이 아니게 됐다.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꾸준히 해당 무대를 밟으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NBA는 다르다. 신장 221cm라는 미국 현지에서도 보기 드문 압도적 신체조건이 돋보였던 하승진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입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방성윤·이대성·최진수 등의 사례처럼 도전은 있었지만 입성은 없었다.
사실 NBA는 한국 선수뿐 아니라 동양인 전체에게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무대다. '걸어다니는 만리장성'으로 불렸던 장신 센터 야오밍,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황색 돌풍' 제레미 린 정도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존재감을 어필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질적·양적으로 아웃사이더였다. 인종적 영향을 많이 타는 종목적 특성상 흑인의 탄력이나 운동능력, 백인의 파워 중 어느 쪽에서도 경쟁력을 가져가기 쉽지 않았다.
2004년 2라운드 46번으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된 바 있는 하승진 같은 경우 통산 46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6.9분을 소화하며 평균 1.5득점, 1.5리바운드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량적 완성도보다는 엄청난 사이즈에 따른 가능성을 보고 뽑혔던 경우다. 만약 이현중이 지명받게 된다면 기량적인 부분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이현중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아 꿈의 무대인 NBA에 입성할 수 있을까. 특급 유망주들과 달리 장담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능성만큼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수학적 공식대로 줄세우기를 한다면 이현중은 60인 안에 들어가기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가대표팀에서는 대한민국 에이스급이지만 미국, 유럽의 유망주들과 운동능력, 기술 등을 비교할 경우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올해 드래프트에서 탈락해도 또 도전할 것"
미국 진출 당시부터 이현중의 멘토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김효범 서울 삼성 코치는 이에 대해 "현중이가 드래프트 참가 선수 중 60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잘하느냐고 물어본다면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명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모두가 인정하는 전국구 유망주 같은 경우 플레이 스타일을 떠나 당연하다시피 상위 순번으로 뽑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리딩가드·슈터·빅맨·수비수 등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유형을 선택한다. 기존 주전을 위협할 만큼의 기량을 가진 게 아니라면 이것저것 조금씩 할 줄 아는 어정쩡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는 크게 의미가 없다. 오히려 어느 한쪽에 특화된 쪽이 활용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말로 지명 가능성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현중은 매력적인 퍼즐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주전급 도약이 기대되는 재목은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cm의 신장은 NBA 기준으로는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슈터라는 위치로 봤을 때 2라운드 지명 후보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하다. 센터도 3점슛을 쏘는 등 공간을 넓게 쓰는 스페이싱 농구가 선호되는 현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볼을 많이 소유하지 않는 플레이가 강점인 2m가 넘는 장신 슈터는 활용 가치가 다양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과 각 매체에서도 이현중의 지명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아직까지는 예측일 뿐이지만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샌안토니오 스퍼스 등 구체적 팀명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이현중 측 또한 유명 에이전시 BDA(Bill Duffy Associates)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새크라멘토 킹스, 인디애나 페이서스 등 각 팀 워크아웃에 참여하며 자신을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상태다.
이현중이 이번 드래프트에서 뽑힐지 안 뽑힐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설사 아쉽게 고배를 마신다 해도 당분간 국내로 복귀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친 성정아씨는 "워낙 높고 거대한 무대인지라 지명 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중이는 당초 무슨 명예나 이익을 바라고 NBA를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순수한 도전에 가치를 두고 노력해 왔기 때문에 설사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해도 현지에 남아 다시 부딪쳐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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