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비대면 진료 400만 건.. 의약계 "제2로톡 사태 올라" 긴장

김경준 2022. 5.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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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비대면 진료 허용 움직임에 반발
플랫폼 중심이 의약품 남용 등 부작용 우려
지난 3월 28일 서울 용산구의 한 재택치료 관리 의원에서 의사가 비대면 진료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비대면 진료는 의료 행위의 특수성 때문에 그간 금기시됐으나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막상 해보니 꽤 괜찮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정부의 의료 관계 단체들은 올해 비대면 진료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의사·약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로톡 방식'이다. 로톡은 외부 플랫폼 기업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법률 상담 비대면 서비스 업체다. 저가 덤핑 경쟁을 우려한 변호사단체 등은 당연히 반발했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의사·약사들은 이런 로톡 방식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질 경우, 약물 오남용 등 치명적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모바일 앱의 이용 화면.

2년간 비대면 진료 건수 400만 건

15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년여간 비대면 진료 건수는 약 400만 건에 이른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만 해도 30여 개에 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대면 진료 후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진료 시간 제약에서 자유롭고 병원으로 오가고 기다리는 시간도 아낄 수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다.

비대면 진료 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플랫폼에 접속해 접속 중인 전국 의사들 중 한 명을 골라 진료를 받으면 된다. 실시간 채팅으로 진료를 받고 나면 곧바로 약 처방이 이뤄지고 배송업체를 통해 약은 배달된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도 비대면 진료는 크게 늘고 있다.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이번 3월만 해도 2월에 비해 이용자수는 70%, 진료건수는 113% 늘었다"고 귀띔했다.


의약사들 "진료 연속성 깨지고 약국공장 등장 우려"

의사단체는 비대면 진료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진료 연속성 침해'를 내세운다. 한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쭉 살펴봐야 하는데 플랫폼에 접속해서 그때 그때 진료받고 처방받는다면 일관된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치료 전후 상태,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며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대면진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의사를 클릭해서 약을 받아가는 방식인데, 그렇게 하면 의료 기록도 흩어지고 지속적 관리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서 처방하다보니 약물에 대한 통제가 부실해질 우려다. 비대면 진료 시행 이후 온라인에서 처방받은 다이어트약을 되파는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탈모제를 싸게 사려고 같은 성분의 전립선 질환 약을 처방받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수면제나 우울증 등 정신과 관련 약은 피해가 더 극심할 수밖에 없다.

실천하는약사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비대면 진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년 동안 이어진 비대면 진료가 약사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사기업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보건의료시스템을 원상 복귀시킬 것을 인수위에 촉구했다. 뉴스1

약사단체들의 반발은 더 강력하다. 대한약사회는 이미 지난 9일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약 배달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약사들은 △비대면 진료 후 처방한 병·의원에서 환자에 전화를 걸어 추가 처방을 권유 등 처방영업이 벌어지고 있으며 △진료앱과 계약한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유도하고 △조제 공장형 약국이 등장하면서 출입문도 없는 기형적 약국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부도 "비대면 진료 전면 허용은 아니다" 진화

정부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다. 그래서 비대면 진료 허용의 밑그림으로 지난해 10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내세웠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는 △도서·산간 등 격오지 거주자 △교정시설 수용자 및 군인 등 이동에 제약이 있는 자 △최초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 등에만 허용했다. 또 의원·약국이 오직 비대면 진료와 처방만 하는 것은 금지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불안해 한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아무리 편한 게 좋다고 하지만, 건강을 다루는 의료 분야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부작용이 너무 클 수 있다"며 "정부가 전격적으로 해치울 게 아니라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경청한 세심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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