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 판례 뒤집기 나선 미 대법원..'입법공백' 한국은 어떤 길?

장수경 2022. 5. 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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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보장됐던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폐지당할 위기에 처했다.

아칸소, 미시시피, 아이다호 등 13개 주에선 판결 즉시 임신중지가 금지되는 등 미국의 50개 주 중 절반가량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 불법화를 추진하는 주는 대체로 공화당이 우세한 미국 남서부 지역으로,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스스로 '범죄자'가 될지, 시술을 허용하는 주로 이동할지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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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권]'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움직임에 미 정치 폭풍속으로
한국, 형법상 '낙태죄' 헌법불합치..입법공백 3년째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권 폐지 판결 방침이 알려진 2022년 5월3일 위스콘신주 매디슨시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반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보장됐던 여성의 임신중지권이 폐지당할 위기에 처했다. 여성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와 “나의 몸은 나의 것”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미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미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깨기로 결정했다”며 98쪽짜리 다수의견 판결문 초안을 2022년 5월2일 공개했다. 임신중지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따라 여성은 임신 6개월까지 스스로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로 대 웨이드’는 성폭행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를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내면서 쓴 가명 ‘로’와 이 사건을 맡은 지방검사의 성인 ‘웨이드’를 따와 붙인 이름이다.

2021년부터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 위헌 여부를 심리했으며,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유출된 초안이 진본이라고 인정했다. 연방대법원 판결문 초안 유출은 전례 없는 일인데다, 여성의 권리를 49년 전으로 후퇴시키는 내용이라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 1차 초안’을 보면, 다수의견 대법관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두고 “시작부터 터무니없이 잘못됐다” “논리가 유난히 미약한 ‘로 대 웨이드’는 해로운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또 1992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뒷받침한 “케이시 판례도 폐기해야 한다”며 “두 판결은 임신중지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커녕 논란을 악화하고 분열을 깊게 했다”고 밝혔다. 여성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사회분열을 유발한다는 낙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를 시도하리라는 전망은 많았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에 대한 공격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뒤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공언했고, 임기 중 대법관 3명 모두를 보수 성향 인물로 임명하며 대법원의 균형추를 보수 6, 진보 3으로 무너뜨렸다. 실제 트럼프가 임명한 대법관 모두 판례 폐기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장은 크다. 판결이 공개된 초안대로 유지되면 임신중지는 주법에 따라 규제할 수 있게 된다. 아칸소, 미시시피, 아이다호 등 13개 주에선 판결 즉시 임신중지가 금지되는 등 미국의 50개 주 중 절반가량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지 불법화를 추진하는 주는 대체로 공화당이 우세한 미국 남서부 지역으로,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은 스스로 ‘범죄자’가 될지, 시술을 허용하는 주로 이동할지 선택해야 한다. 과거 임신중지가 불법인 국가에서 임신한 여성들이 옷걸이로 자신의 자궁을 찌르던 악몽을 떠올리며, 미 여성들이 옷걸이를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다.

임신중지권은 11월 미 중간선거의 핵심 쟁점으로도 부상할 전망이다. 당장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생활 개념과 관련된 모든 결정이 의문 속으로 던져진다는 의미”라며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 공화당은 유출 사건의 배후를 사실상 민주당 쪽으로 지목하며 “사법 독립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은 6월 말이나 7월 초께 나올 예정이다.

임신중지권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도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3년째 입법 공백 상태다. 국회와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방치하는 사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에서 피해는 아직도, 온전히 여성 몫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은 목소리를 거둘 수 없다.

장수경 <한겨레> 토요판팀 기자 flying710@hani.co.kr

*뉴노멀: 이주의 주요 뉴스 맥락을 주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코너로 <한겨레> 김규남, 이승준, 장수경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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