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키다' 경찰서장 숨졌던 종로서..70여년 만에 임무교대

서혜미 2022. 5. 1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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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광화문 집회 등 담당
집무실 이전으로 역할 축소
용산서로 일부 인원 이동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종로경찰서 본관 건물 입구에 있는 최규식 경무관 흉상. 서혜미 기자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종로경찰서 본관 입구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흉상이 놓여있다. 흉상 주인공은 27대 종로경찰서장 최규식 경무관이다. 그는 19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한 북한군 특수부대 소속 무장군인 31명과 교전하다 순직했다. 이른바 ‘김신조 사건’ 희생자다. 1·21 사태로 종로경찰서에서는 최 서장과 순경이던 정종수 경사가 숨졌다. 당시 종로구 공평동에 있던 종로경찰서는 1982년 지하철 3호선 안국역 근처 경운동으로 위치를 옮겼다. 최 서장 흉상은 1986년 3월 종로경찰서에, 정 경사 흉상은 한참 뒤인 2017년 6월 종로구 청운동 자하문고개 현충시설에 놓였다.

최 서장 흉상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울타리 바깥 경비와 치안을 담당해온 종로경찰서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집무실 시대’가 시작되면서 ‘경비 1번지’라는 종로경찰서의 상징성은 74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종로경찰서는 관할 구역에 청와대뿐 아니라, 정부서울청사·헌법재판소·감사원 등 주요 국가 기관·시설이 밀집해있다. 각종 행사와 집회·시위로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광화문 광장도 관할 구역이다. 청와대 경비와 집회·시위 관리, 일대 교통통제 등으로 다른 경찰서보다 업무 강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등은 평소 집에 가지 못하고 경찰서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는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업무를 맡았던 만큼 서장과 경비·교통·정보과장 등은 경찰 조직 안에서도 승진이 빠른 자리로 꼽혔고, 종로경찰서로 전입하려는 이들도 많았다.

세종로 일대에는 미국대사관·일본대사관 등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공관도 몰려 있다. 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집회‧시위나 치안 관리도 주요 역할이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1980년대 중후반에는 대학생들이 미국 대사관을 수차례 점거하려고 시도했는데, 이들을 연행해 조사하는 것도 종로경찰서 경찰들의 몫이었다. 1986년 4월17일치 <조선일보> ‘폭파 위협 미 대사관 경비 대폭 강화’ 기사를 보면 ‘관할 종로경찰서도 대사관 주변 배치된 1개 병력 중대에 엠(M)16 등 개인화기를 지급, 경비를 강화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 종로경찰서. <한겨레> 자료사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라 종로경찰서의 업무 변화는 불가피하다.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 29명이 용산경찰서로 이동했다. 특히 5~6명 안팎의 도보순찰팀이 모두 이동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기존에 청와대 주변을 걸어다니며 거리를 순찰했던 도보순찰팀은 모두 용산경찰서로 이동했다. 도보순찰팀은 청와대 주변 수상한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는 일을 하는데, 이들이 더 이상 종로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용산경찰서는 업무 증가로 현재 종로경찰서에서 옮겨온 인원을 비롯해 55명이 증원된 상태다.

경찰 내부에서는 종로경찰서 위상이 낮아지고 용산경찰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종로는 아무래도 예전보다 위상이 약해져 경찰관들 지원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광화문의 상징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 종로경찰서 위상이 급격히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당장 오는 7월에는 광화문 광장이 확장 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할 예정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용산으로 집회·시위가 일부 옮겨가겠지만, 광화문 광장은 대규모 인원이 모이기 쉬워 대규모 집회가 계속 열릴 것으로 보인다. 종로경찰서 한 경찰관은 “종로서 위상이 내려가기야 하겠지만 아주 크게 내려갈지는 내부 의견이 엇갈린다. 광화문 광장이 문을 열면 집회하기 쉬운 장소가 될 텐데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종로경찰서는 7월 이후 상황을 보면서 인력과 기능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종로경찰서는 오는 7월 임시 건물로 이전한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 때문이다. 40살이 된 현 건물은 시설이 노후화되고 주차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주차를 하다가 ‘경찰서 안 접촉사고’가 발생하는 일도 잦았다.

대통령은 떠났지만 ‘청와대’는 남아 있다. 청와대가 전면 개방된 지난 10일부터 종로경찰서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 임시 파출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관람객이 모이는 시기에 안내, 미아 보호, 범죄 예방 등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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